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불과 수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공개한 미국 타임지는 침공 첫날, 러시아군은 몇 분이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17살 딸, 9살 아들까지 발견할 수 있는 곳까지 접근했으며 집무실 안에서 총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이 드문드문 기억난다고 했다. 당시 자녀들도 대통령 관저에 있었다면서 "애들을 깨웠다. 상황이 시끄러웠다. 여기저기서 폭발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당시 대통령실 근처까지 진격한 러시아군과 대통령실 수비대가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혹시 모를 침투에 대비해 집무실 문을 경찰 바리케이드로 차단하고 합판까지 덧댔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로 대피하겠느냐는 외국의 제안을 뿌리치고 키이우를 지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 대사관에 건넨, "총알이 필요하다. (키이우를 떠날)차편이 아니라"라는 말이 전 세계에 보도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과의 전면전에 대해서는 "버텨낸다면 결정적인 순간,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진 그 어떤 전쟁보다도 규모가 클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이 지역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파괴 행위를 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하루 중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늘 스케줄이 끝났어도, 내가 제대로 했는지, 혹시 할 일이 더 있지는 않은지 몇 번이고 스케줄을 들여다본다"며 "불안해서가 아니라 양심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이 잠든 사이에도 나라 어디엔가는 포탄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달 8일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에서 52명 이상이 숨진 러시아군의 공격을 보고받은 이후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고도 말했다.
특히 그는 당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장과 만난 일을 떠올리며 "손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리는 역에 가 있는데 몸은 행사장에 있었다"고 했다.
코미디 연기자 출신인 그에게 정계 진출을 후회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1초도 후회하지 않는다. 참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유머 감각을 좀 잃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전쟁 후 조금 더 현명해졌다면서 "죽어간 사람 수만큼, 러시아군에게 고문당한 사람 숫자만큼 현명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