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靑 이전에 '여론 수렴' 외치더니…文 '검수완박' 공포했다.

문 대통령, 3일 국무회의 당초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순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일괄 처리… 4개월 후 시행 예정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추진 방식 위험·정당성 갖추라" 주장
반면, '검수완박'의 입법절차 훼손 등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 김부겸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포했다. 이로써 ‘검수완박’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5일 발의한 이후 18일 만에 법률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여러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 손을 들어줬는데 국민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 존중이라는 정치원칙을 스스로 어긴 것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은 흔들림없이 추진했고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정원 개혁 등 권력기관의 제도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입법 절차에 있어서는 국회의장 중재에 의해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과정에 적지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무회의는 당초 오전 10시 예정이었지만,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기다리기 위해 오후로 전격 연기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진 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청와대 정문으로 이동해 문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했다. 해당 법률안은 이에 따라 4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검수완박’ 공포는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마지막 기자간담회와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 등에서 각종 현안에 있어 국민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 당선인 측이 추진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이) 여론 수렴도 해 보지 않고,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방을 빼라’고 하는 식의 추진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전이 필요하다면 어디가 적지인지를 충분히 논의하고, 국방부와 합참이 안정적으로 이전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집무실을 이전하는 식의 계획이 필요하다”며 “(윤 당선인 측이)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것과 추진 방식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검수완박’에 대해선 이러한 원칙과 철학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최근 조선일보·TV조선·케이스탯리서치가 수도권 유권자 2,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관련 반대 의견이 60.4%로 다수를 차지했다. 실제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이 ‘검수완박’과 관련 공청회 등 정상적인 사전 입법 절차가 훼손됐고, 법사위 사보임 사태 등으로 절차적 정당성도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선 일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 등에서 “검찰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검찰의 문제점에 대해서만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스스로 세운 원칙과 어긋나는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검수완박’에 있어 보여준 태도와 철학은 너무나도 다르다”라면서 “국민 피해가 눈에 보이는 데도 아무런 보완 요구 없이 그대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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