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민간·기술 중심으로 성장축 이동"…대대적 규제 완화·감세 예고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 발표
부동산 시장에 '강한 공급 시그널'
종부세·재산세 통합 세제 개편도
脫원전 정책은 완전한 폐기 추진
인센티브 늘려 '科技 초격차' 노려
약화된 한미동맹 강력 복원 시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의 국정 비전은 △민간 주도 성장 △경제안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국익 중심 외교안보로 압축된다.


110개의 국정과제는 ‘작고 일 잘하는 정부’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 그대로다. 인수위는 “엄중한 시대의 갈림길에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 주도 성장에 방점을 찍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에서 180도 선회했다. 대신 기업과 가계 등 민간에 활력을 넣어 성장을 하고 그 과실인 세수 증대를 통해 복지의 사각지대를 채우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추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한 해 예산을 200조 원 늘린 600조 원 시대를 열지만 경제성장률(2.2%)은 전 정부(3%)보다 뒷걸음질을 쳤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경제를 되살려 공공 부문만 살찌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국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은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뒤틀린 부동산·에너지 정책 정상화


윤석열 정부는 현 정부 5년 동안 국민의 삶에 가장 큰 타격을 준 부동산 정책부터 바로잡는다. 충분한 공급 없이 ‘징벌적 과세’로 수요를 눌러온 정책 방향을 공급 확대와 세제 지원이라는 시장경제 중심의 방식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시장에 “집이 모자라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부터 던질 계획이다. 인허가 기준으로 250만 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해 주택 시장 안정과 함께 국민들의 주거 상향 이동을 지원한다. 공급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비 사업과 관련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 등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도심 공급을 촉진할 방침이다. 1기 신도시는 특별법을 제정해 10만 가구 이상의 공급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부동산 세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 등을 통해 정상화한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생애 최초 취득 주택에 대한 취득세도 감면의 폭을 확대한다.


현 정부가 수요 억제책으로 도입한 대출 규제도 정상화해 실수요자에 주거 사다리를 놓기로 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 대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로 인상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청년층에 한해 ‘핀셋 완화’하기로 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가 아닌 가구는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일괄 70%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은 완전히 폐기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의 발전 비중을 높인다. 탄소 배출이 적고 전력 단가가 싼 원전을 이용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복안이다. 동시에 차세대 원전 개발을 재개하고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해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할 예정이다.


◇성장 축은 민간으로과학기술-기업 주도 성장


성장의 중심축은 기업으로 전환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주력 산업(철강·화학·자동차·전자 등)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 진보의 물결로 위기에 처한 현실을 직시했다.


이에 ‘과학기술 G5(5대 강국)’와 ‘초격차 국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국가 첨단 전략 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략 산업 생태계와 R&D, 국제 협력 등을 지원하고 8월 시행될 ‘국가첨단전략산업법’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또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특성화 대학을 지정해 인재 육성도 추진한다. 모빌리티 시대로 접어든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위해 친환경차 구매 목표를 상향하고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디지털 전환, 경제안보 실현을 위해 목표 지향형 민관 합동 ‘메가 프로젝트 위원회’를 구성해 대형 R&D 프로젝트를 적시에 수행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퍼주기 중심에서 ‘생산적’ 맞춤 복지로


복지는 ‘지속 가능한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복지가 필요한 계층에 자원을 집중한다. 생계 급여 선정 기준을 중위 소득 35%로 확대해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을 늘려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할 방침이다. 반면 근로장려금의 최대 지급액도 늘려 가계의 재도약도 지원한다. 또 새 정부는 재정 정상화라는 기조에 맞춰 2055년 예정된 국민연금의 개혁을 막기 위해 공약대로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에 부담을 주는 현금 지원 공약 역시 현실에 맞게 수정했다. 대선 기간 국민과 한 약속은 최대한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키겠다는 것이다. 월 100만 원 지급을 약속한 부모 급여는 2023년 70만 원으로 시작해 2024년 10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역시 2025년 월급과 일시급 지급 등을 합치는 방식으로 실현하기로 했다. 기초연금 10만 원 인상(40만 원), 농업직불급 두 배 확대(5조 원) 등의 공약은 이행하되 재정의 상황을 보며 검토하기로 했다. 공약을 현실화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지출할 추가 복지 재원이 266조 원에서 209조 원으로 50조 원 가까이 줄었다.


◇강력한 한미동맹 토대로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외교안보는 현 정부가 내세운 ‘중재자·운전자'에서 벗어나 강력한 한미 동맹를 복원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미 관계를 약화하고 굴종적인 대북·대중 외교를 해왔다는 판단에서다. 새 정부는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을 주축으로 삼아 미중일러에 대한 4강 외교를 펼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공동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삼는다.


중요성이 극도로 높아진 경제안보와 관련해서는 신흥안보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해 전문적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경제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공급망(GVC) 관련 규범 형성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3축 체계 능력 확보에 힘을 쏟기로 했다.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등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 북한을 응징하는 ‘압도적 대량 응징 보복 능력’ 세 가지다.


이와 함께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등 확장 억제 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력에 걸맞은 기여를 통해 국제사회 내 위상 제고 및 중추적 역할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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