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새 정부에 바라는 세 가지 당부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94년을 치열하게 살았던 그조차 놓친 순간들이 아쉬웠나 보다.


출범을 일주일 앞둔 새 정부의 앞날이 녹록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미중 갈등 심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마저 떨어지고 있다. 내우외환의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 한국 경제가 고꾸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반면 새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이다. 지난 5년간 대규모 재정 적자가 누적된 데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이라 재정 집행, 기준금리 인하 등 통상적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위기 극복 방안 세 가지를 새 정부에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과도한 기업 규제를 없애주길 바란다. 과거에도 정부 출범 때마다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지난 5년간 총 5798개 규제가 신설·강화되는 등 크게 늘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는 점점 늘어난다. 기업 자산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커지면 적용받는 대기업 규제는 5개에서 127개로 25배 많아진다. 기업의 성장 의지를 정부가 꺾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를 타파하겠다는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만은 규제 개혁 의지가 임기 말까지 지속되길 기대한다.


둘째,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주길 바란다. 기업들은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법인세를 내며,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한다. 그럼에도 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상을 줘도 모자란데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경제법령에는 최고경영자의 형사처벌 조항이 무려 2200여 개에 달한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기업 경영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만큼 위태로운 일’이라는 말이 나올까. 새 정부는 기업의 기를 살리는 데 집중해줬으면 한다.


끝으로 미래 먹거리 육성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업종 간 장벽이 붕괴되면서 해외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텔은 최근 모빌아이·무빗 등 모빌리티 기업을 연이어 인수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의 M&A를 장려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근로시간의 신축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미래 경쟁력은 창의성에서 나오고, 창의성은 프로 정신을 가진 직원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문화에서 나온다. 한국의 경직적 노동 문화를 바꾸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이제 새 정부가 첫발을 내딛는다.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해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길 바란다. 지금 우물쭈물하다 5년이 지나서야 ‘내 이럴 줄 알았다’며 후회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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