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1380장으로 꽉 채운 무대…공간 한계 넘은 압도적 경험 선사

[리뷰-뮤지컬 '데스노트']
인기 만화 원작으로 2015·2017년 이어 세 번째 시즌 맞아
무대장치 대신 감각적 영상 활용… 새로운 공연 보는 느낌

뮤지컬 ‘데스노트’의 한 장면. 라이토(홍광호·왼쪽)와 류크(강홍석)의 모습.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데스노트’라는 이름을 못 들어본 대중은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노트에 이름을 쓰면 40초 안에 죽는다는 독특한 설정의 일본 만화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로도 나왔다. 뮤지컬의 경우 국내서도 2015·2017년 두 번에 걸쳐 공연됐으며, 올해가 세 번째 시즌이다. 이미 여러 가지로 익숙한 상황에서 무엇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공연의 달라진 점은 완전히 달라진 무대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 고등학생 라이토가 사신 류크의 데스노트를 손에 넣게 되고,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40초 안에 죽는다는 문구를 발견한다. 반신반의하며 거리 전광판에 나타난 범죄자의 이름을 적었더니 그가 정말 죽었다. 그 후 라이토는 구세주라는 뜻의 ‘키라’로 칭송받으며 범죄자들의 이름을 계속해서 적었고, 이는 또다른 연쇄살인사건이 된다. 경찰의 의뢰로 이를 추적하는 탐정 엘(L)과 라이토 사이의 대결이 뮤지컬의 큰 줄기를 이룬다.



김준수는 2015년에 이어 이번에도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탐정 엘(L)을 연기한다.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세 번째 상연이지만 이미 뮤지컬을 관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품처럼 받아들이는 반응이 상당수다. 가장 큰 차이는 공연의 배경을 이루는 무대장치로, 이전보다 훨씬 화려한 효과로 무장했다. 극이 시작하면 무대 뒤편부터 바닥까지 LED 화면이 가득 채우고 있다. 경사진 무대바닥과 벽면, 천장을 모두 3㎜ LED 1380장의 디스플레이로 메웠다. 양 측면에서 책상 같은 보조적 장치가 등장하는 걸 제외하면 모든 장면은 이 화면에 등장하는 영상으로 선보이며, 레이저 프로젝터 3대를 통해 장면을 속도감 있게 전환한다. 인물들이 같은 무대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 있다는 설정을 영상 속 배경화면을 통해 쉽게 구현한 후,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관객의 시야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영화의 분할 편집을 연상케 해 인상적이다.


특히 새롭게 바뀐 무대연출이 빛을 발하는 건 라이토와 엘의 심리전을 표현하는 테니스 경기 장면이다. 과거에 배우의 움직임과 소리만으로 처리해야 했다면 이번엔 영상을 통해 코트가 움직이는 것처럼 처리했으며, 배우들이 움직이는 코트 위를 이동하며 연기한 덕에 감정의 역동성도 높아졌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측이 ‘데스노트’의 라이선스를 새로 획득하면서 원작의 일부 수정이 가능한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라이토를 연기한 고은성(가운데)과 앙상블 배우들이 작품 속 대표곡인 ‘정의는 어디에’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원년 멤버와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섞여 있는 출연진도 인상적인 호흡을 연출한다.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라이토 역할의 홍광호는 2015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맡아 노래와 연기를 통해 압도적 무대장악력을 선보인다. 엘 역할의 김준수 역시 원년멤버로, 주인공끼리 부딪히는 장면에서 인상적 화학작용을 만들어낸다. 이번에 새로 합류해 이들과 더블캐스팅된 배우 고은성(라이토)과 김성철(엘)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극중 두 명의 사신 류크와 렘은 각각 강홍석·서경수, 김선영·장은아가 연기한다. 라이토를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미사 역할은 케이·장민제가 맡았다. 오는 6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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