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부사장급 이상 일부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는 여전한 모습이다. 여전히 ‘6만 전자’를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대출까지 안내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권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IR 부서는 지난달 말 경영 직군의 부사장급 이상 일부 임원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회사는 메일을 통해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수하면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에 알릴 수 있다”고 했다.
이메일에는 ‘대출이 필요한 경우 대출상품도 함께 안내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까지 언급하는 수준이다 보니 사실상 강요 수준으로 이해하는 임원들도 적잖아서다.
특히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공시 대상인 만큼 주요 임원들은 주식 매입 상황이 고스란히 공개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수한 실적에도 주가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보니 임원이어도 자사주를 현 시점에 대거 매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앞서 삼성전자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지난달 26일 보통주 8000주를 사들였고, 이에 앞서 DX부문장을 맡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이 1만주, 노태문 사장이 8000주, 박학규 사장이 6000주를 각각 매입하는 등 최고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
이를 두고 ‘반등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0.30%) 오른 6만 7500원에 마감했는데 여전히 ‘6만 전자’ 박스권에서 탈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통해 저평가된 주가를 반전해 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사비를 털어 투자를 해야 한다는 데 반가울 리 있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면될 경우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주가 하락과 연동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의 경우 수십조 원의 재원을 들여야 하는데 회사 내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이 부회장 뿐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면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다시 복귀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