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많은 관광 지역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실외 마스크 의무 해소 등 코로나19 방역 완화를 계기로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유독 이질적인 곳이 있다. 바로 서울 한복판에 있는 명동이다.
2일 방문한 명동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두 집 건너 한 집은 폐업하고 ‘임대’ 등의 안내판이 붙어 있다. 거리에 다니는 행인들도 적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인근 서울광장이나 을지로·남산 등이 붐비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명동의 어려움은 2000년대 들어 이 지역이 중국인·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에 ‘올인’했던 후유증이다. 특히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가게 구성과 판매 방식은 오히려 내국인을 역차별한다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였다. 화장품 가게의 직원이 대량 구매하는 중국인에게 신경 쓰느라 한두 개 물건을 사는 내국인을 무시한다는 불만도 제기됐었다.
그러는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들 외국인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해소에 따라 국민들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명동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점들이 문을 닫고 거리가 황폐해지면서 내국인들도 기피하는 셈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과거 급등했던 임대료는 그대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곳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19년째 최고가를 이어 온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이다. 올해 공시지가는 ㎡당 1억 8900만 원이다. 이 가게는 여전히 폐점 상태다.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명동 일대에 있다.
중국의 경우 자국 내에서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에 따른 봉쇄가 강화되는 와중에 관광 문호를 열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올해 안에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이 재개될 가능성도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명동이 내국인에게 보다 친근했다면 최근 회복력도 빨랐을 것이다. 매출이 생기는 곳에 기업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이런 명동의 사례는 지나친 외국인 관광객 의존에 따른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 관광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