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들이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을 떠나고 있다. 클레이튼의 잦은 오류와 함께 글로벌 확장성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되면서 토종 NFT의 ‘탈(脫)클레이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는 최근 프로젝트가 기반으로 삼는 체인을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옮기기로 했다. 메타콩즈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NFT 보유자(홀더)들을 대상으로 체인 변경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96.7%가 체인 변경에 찬성하면서 이더리움으로 체인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메타콩즈는 세계 최대 규모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에서 클레이튼 부문 거래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대표 NFT 프로젝트다.
현대차, GS25,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유명 기업들과 협업하며 입지를 굳힌 메타콩즈가 클레이튼을 떠나기로 한 건 ‘글로벌 장벽’ 때문이다. 클레이튼의 경우 국내 이용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보니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메타콩즈 측은 “(클레이튼은) 프로젝트, 지갑, 커뮤니티 등이 모두 국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외국인들에게 장벽으로 느껴진다”며 “체인의 한계로 인해 타 프로젝트?기업과의 협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강민 메타콩즈 대표 역시 “글로벌 확장성에 관한 고민이 이번 체인 변경을 추진하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메타콩즈와 함께 다른 국내 NFT 프로젝트들도 속속 클레이튼을 떠나는 모습이다. 올해 1월 NFT 발행(민팅) 1초 만에 물량 9500만 장이 모두 소진되며 화제를 모은 ‘실타래’ NFT도 최근 체인을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또 다른 NFT 프로젝트 ‘젤리스페이스’도 현재 체인 변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NFT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떠나는 것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카카오가 글로벌 공략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내수용이라는 클레이튼의 꼬리표를 쉽게 떼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카카오는 클레이튼 운영사를 국내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 싱가포르 자회사 크러스트로 옮기고 블록체인을 ‘글로벌 진출 핵심 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의장직을 내려놓고 싱가포르르 오가며 블록체인 사업을 직접 챙기는 등 육성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클레이튼과 그라운드X 역시 김범수 창업자가 이끄는 크러스트 유니버스에 소속된 계열사들이기도 하다. 다만 그룹 차원의 노력에도 클레이튼은 아직까지 뚜렷한 글로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내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클레이튼 오류, 장애 등도 잦다 보니 국내 상위 NFT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사용할 유인이 사라지는 듯하다”며 “국내 NFT 프로젝트들의 체인 이전은 보유자들이 더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클레이튼의 경우 수수료도 (타 체인에 비해) 저렴하고 국내 이용자가 많아 초기에는 마케팅적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그게 역으로 보면 약점이 된다”며 “그래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글로벌 결제 등이 가능한 이더리움, 바이낸스체인 등으로 이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