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진 '소년 개미'…투자 수익률도 부모보다 낫네

[한국투자증권 미성년 고객 분석]
2년간 미성년 고객수 6.9만->16.3만, 136% ↑
평균연령 12.9세->10.8세, 잔고 386% 늘어
15개월 수익률 1.51%, 3040 -0.64%보다 높아
'장투' 덕분, 인당 주문 19건, 3040 165건의 12% 그쳐

한국투자증권을 이용하는 ‘소년 개미’들이 최근의 변동장 속에서 부모 세대인 3040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 개설해준 계좌들의 매매 건수가 한 달에 1번 정도에 그치는 등 대부분 장기 투자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계속되는 재테크 열풍 속에서 미성년 고객들의 수와 잔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4일 한국투자증권은 가정의 달을 맞아 자사 주식계좌를 보유한 전체 미성년 고객 계좌를 대상으로 투자 현황과 특징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자사의 미성년 고객 수는 16만 3000명으로 2019년 말 6만 9000명 대비 136% 증가했다. 지난 한해에만 9만 1000여 개의 미성년 계좌가 신규 개설됐고 올 1분기에도 1만 7000여 명이 주식 계좌를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이후 평균 9.4세의 미성년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면서 2019년 12.7세였던 전체 미성년 고객의 평균 연령은 10.8세로 낮아졌다.


미성년 고객의 증가는 최근 몇년 간 이어진 주식투자 활성화와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자녀 명의 계좌 개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단순히 계좌를 개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식을 증여하거나 함께 주식투자를 하면서 재테크 조기 교육에 나서는 부모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투증권 미성년 고객 계좌의 주식잔고 규모는 2019년 1274억에서 올 4월 말 기준 6186억으로 385.7% 늘었다. 같은 기간 30~40대의 주식잔고 증가율 역시 189.7% 증가했지만, 자녀 계좌의 증가율이 부모 세대를 크게 웃돌았다.


수익률의 경우 지난해 이후 이어진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미성년 고객들의 수익률이 더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초부터 올해 1분기까지 15개월 간 미성년 계좌의 수익률은 1.51%로 같은 기간 30~40대의 수익률 -0.64%보다 높았던 것이다. 두 세대 모두 지난해 말까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초 증시 조정에서 자녀 세대의 하락 폭이 작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투증권 측은 두 세대의 수익률 차이가 종목 선정보다는 투자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 계좌는 단타 매매가 적고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점에서 수익률 차이가 갈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초 이후 미성년 고객의 1인당 체결기준 주문건수는 19.1건으로 30~40대의 164.5건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계좌에 담긴 주요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선주, 카카오, 카카오뱅크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미성년고객은 한 달에 1.3회 꼴로 매매하는 등 변동성에도 장기 보유 기조를 지키며 손실을 줄였다는 것이다.




펀드 등의 금융상품을 봐도 장기투자 상품의 비중이 높았다. 한투증권 미성년 고객은 계좌에 주식 비중이 58.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수익증권(펀드)이 17.9%를 차지했다. 펀드 중에서는 한국밸류10년어린이·한국밸류10년투자 등 장기투자 상품 비중이 컸다. 선진국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와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 신흥국 펀드 중에서는 KB중국본토A주·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가 보유펀드 상위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투자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젊은 세대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미성년 고객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성년 고객에게 건전한 투자 문화와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금융시장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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