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서 샀지만 결국 쓰레기통으로"…짝퉁에 우는 동심

■동대문완구종합시장 가보니
중국산 레고 정품의 10% 가격도
규격 판박이에 호환도 가능 불구
"손가락마다 물집·싼티 나 버렸다"
당국 위조 장난감 집중단속 실시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중국산 레고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주원 기자

“다 호환되는 것들이에요. 상표만 다른 거지. 한번 둘러보세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오전 11시경부터 장난감을 사려는 이들로 북적이는 거리 곳곳의 가판대에는 중국 간체자가 쓰인 조립 블록 완구들이 진열돼 있었다. 패키지 박스, 모델, 색상 등이 레고를 빼닮아서 중국어 글씨를 보지 않았다면 정품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문구완구점 주인 A 씨는 “80% 정도는 카피 제품이고 나머지는 레고에서 출시 안 한 창작 제품”이라며 “레고랑 규격이 동일해서 다른 레고 제품이랑 끼웠다 뺐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좋은 상품을 소개해주겠다며 가게 안쪽으로 안내했다. A 씨가 가리킨 물건은 ‘Hsanhe’라는 중국 회사에서 제조한 ‘미니 스트리트’ 세트. 총 8개의 미니 가게들을 조립해 하나의 거리를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4개에 1만 2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레고사의 ‘메인 스트리트 빌딩(정가 19만 9000원)’의 유사 버전이었다. A 씨는 “방금 나간 손님도 사 간 건데 요즘 잘 나간다”면서 “하나당 3000원으로 개별 구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브랜드에서 생산한 ‘미니 스트리트’. 개당 3000원꼴로 판매되고 있다. 이주원 기자

중국산 블록의 가격은 정품의 절반 내지 10분의 1 수준으로 파악됐다. 문구완구거리에는 ‘레고 정식 인증 파트너’란 현수막을 내걸고 정품 레고를 파는 대형 매장도 있었지만 소형 상점에서 중국산 제품만 판매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본인을 ‘레린이(레고+어린이)’로 소개한 소비자 B 씨는 “지난해에 어벤저스 시리즈로 레고에 입문한 뒤 관심이 가서 이것저것 찾아보니 죄다 단종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호환 레고를 찾게 됐다”고 했다.


짝퉁 제품을 찾는 손님 중에는 어린아이들 둔 학부모들도 있었다. 4세 아이를 양육 중이라는 C 씨는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아이가 많이 어려서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서 “웃긴 게 중국 제품도 국내 정식 수입처가 있어서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KC인증(안전인증) 마크도 붙어 있다”고 말했다.



레고 테크닉 맥라렌 세나 GTR을 모조한 중국산 제품(오른쪽)이 진열돼 있다. 이주원 기자

실제 짝퉁 제품을 써본 이들 사이에서는 안전·품질에 문제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온라인 레고 커뮤니티에서 D 씨는 “싼 맛에 샀는데 하다 보니 손가락마다 물집이 잡혔다”면서 “완성품을 보니 색상도 미세하게 다르고 싼 티가 줄줄 나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썼다.


유사 상품이 판치는 가운데 짝퉁 장난감 철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다음 달 15일까지 아동복, 문구·완구 등의 위조 제품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적발한 유명 브랜드 위조품은 총 3400점으로 이 가운데 위조 어린이용품 459점이 적발됐다. 위조품을 유통·판매·보관하는 경우 상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위조 상품 근절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도 중요하다. 위조 상품 판매를 발견할 경우 서울시 홈페이지에 신고·제보할 수 있고 결정적 증거가 있으면 최대 2억 원까지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