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한반도도 예외 없어…핵 공유 등 억지력 논의해야"

[국제질서 룰이 바뀌었다] 불붙은 신냉전 시대
중러 대북제재 비협조…美와 대립
거센 北도발에 동북아 정세 격변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구도 심화
"韓, 美주도 다자협의체 참여해야"

중국 지린성 훈춘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만강 하구의 북중러 접경 지역 알림판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 언급으로 한반도의 긴장 강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비춰볼 때 한반도에서 강대국이 맞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전쟁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며 한반도 긴장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쟁은 국제사회에서 수사로 쓰여왔고 이슬람권 등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로 치부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상황이 변했다는 의미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비전형적인 일”이라며 “안보 논리가 경제 논리를 우선했고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의 디커플링(분리)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도 안보 환경에 대한 점검을 통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국 주도의 다자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 개발 등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졌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유명무실해졌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은 “북중러 결집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면서도 “북중러가 결집하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힘들어진다”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강대강 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반중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 동맹) 등에 적극 개입해 한미 동맹을 더 강화, 방어막을 겹겹이 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쿼드나 오커스에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 핵을 이고 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미국이 주도하는 협의체들이 북한 문제를 다루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 주도 협의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운용과 조속한 3축 체계 완성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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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미국과의 핵 공유 전략 역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직접적인 핵 무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돼 있어 쉽지 않을 뿐더러 한국의 움직임은 동북아 전체의 군비 경쟁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이를 용인할 리 만무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9월 22일 ‘외교안보 11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요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쉽지는 않다. 그나마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게 나토식 핵 공유다. 물론 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 괌이나 하와이에 있는 핵 자산을 공유하는 식이다.


현 위원은 “한국이 아무리 전 세계 6위의 국방력을 가졌다고 해도 핵을 가진 국가들 앞에서 재래식 무기 능력은 아무 의미도 없다. 군사적 균형이 너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고 한국의 안보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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