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1월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사고가 난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했다. 시공사가 건설 중인 아파트 건물을 모두 헐고 다시 짓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4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4개월 동안 피해 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으나 입주 예정 고객의 불안감이 커졌고 회사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철거 후 재시공에는 약 4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산은 화정아이파크 재시공과 보상비 등으로 1754억 원을 이미 지난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으며 올해부터 추가로 2000억 원을 비용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화정아이파크 840여 가구의 입주 예정일 역시 당초 11월에서 5~6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측은 철거 작업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준공까지 약 5년 10개월(70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하원기 HDC현산 대표이사는 “철거에 대한 (비용) 책정과 관련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주변 민원과 철거 방법, 그리고 인허가 과정 등을 포함해 70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입주민과의 협의와 어떤 철거 방식을 적용할지를 정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은 후에야 본격적인 철거에 돌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철거 과정에서도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언제 입주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