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감시정찰 자산들이 24시간 지켜보고 있는데 북한이 백주 대낮에 평양 근처에서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아무리 제재해도 어떻게 해서든 한미 동맹을 깨뜨릴 핵 공격 능력을 완성시키겠다는 의미입니다.”
4일 낮 12시 3분께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자 한 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북한의 대담한 도발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 수위를 높임에 따라 미국이 최대 강도의 제재를 가하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내고 있음에도 북한이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도발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개발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성해 유사시 미군이 한반도 증원이나 핵 보복에 나서지 못하도록 억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안보 공약을 사실상 무력화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ICBM을 화성 13형(개량형 포함)·14형·15형·17형과 대포동 미사일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해왔다. 특히 이번 이날 시험 발사한 ICBM은 화성 15형이거나 화성 17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군이 탐지한 미사일 비행 제원은 비행 거리 약 470㎞, 고도 약 780㎞, 속도 마하 11(음속의 11배)다. 이 같은 제원만 본다면 마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형 ICBM인 화성 17형이나 화성 15형에 연료량을 정상치보다 크게 줄여 넣는 방식으로 비행 거리와 고도를 낮춰 고각으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군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는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에도 써먹었던 위장 전술이다. 당시에도 ICBM을 쏘아 올리면서 마치 MRBM인 것처럼 비행 제원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을 MRBM인 것처럼 위장해 발사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점진적 성능 시험 차원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아직 화성 17형 등 신형 ICBM 액체 연료 엔진의 기술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해 총 3단의 로켓엔진 중 주요 부분인 1단 로켓엔진부터 검증하려고 사거리와 고도를 줄여 시험했다는 추정이다. 북한은 앞서 3월 16일 순안에서 화성 17형 시험 발사에 나섰으나 쏘아 올린 직후 공중폭발되는 실패를 겪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에 다시 화성 17형이나 화성 15형을 발사했을 것이라고 복수의 당국자 및 연구자들은 귀띔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기존에 검증된 백두산 엔진을 여러 다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로 추력을 높여 ICBM의 사거리를 늘리려 하는 것인데 복잡한 구조의 액체 로켓이다 보니 앞으로 여러 번 추가 발사해 성능의 안정성을 점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정책 자문 활동을 해왔던 한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북한을 제재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시기에 북한은 최대한 신속하게 ICBM 성능 시험을 하려는 것”이라며 “핵실험까지 도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