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방산경쟁력의 핵심, 국방우주] 게임체인저 된 우주통신·위성…"민·군 협력으로 우주 인프라 확장해야"

[서울포럼 2022] 대한민국 신성장전략:담대한 도전-우주에서 길을 찾다
< 3·끝 > 국방우주 시대-안보·방산 핵심축 부상
우크라戰 판도 바꾼 스페이스X
미사일 탐지·위치추적·통신 등
민·군 우주기술, 군사작전 활용
국내도 수십기 정찰위성 발사 추진
탑재·발사체 등 방산기업에 기회
기술·연구인력 교류도 확대해야


#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측의 SOS를 받는다. ‘오지에서도 쓸 수 있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스타링크)를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머스크가 호응한 결과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포로 적의 탱크와 진지를 정확히 공격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스크바호를 미사일로 격추한 게 단적인 예다. 국민 상호 간 소통은 물론 해외에도 전쟁의 참상을 알려 의용군과 국제 지원도 끌어낸다.


러시아 측은 이에 분노해 ‘스타링크 위성을 파괴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스타링크의 200㎏대 소형 위성이 2000기가량 촘촘히 깔려 있고 미국 기업을 공격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말 지상 485㎞ 상공의 자국 퇴역 첩보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한 바 있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계정에 “스타링크 서비스가 (전파 방해 등) 각종 공격을 받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피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외에도 미국 등의 민간 위성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에 해상도가 높은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에서는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추적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상호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러시아는 미국의 GPS 신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글로나스 신호 차단을 각각 시도한 것이다. 최성환 공군 우주센터장은 “이번에 GPS 재밍(전파 수신 방해), 위성통신 방해, 인터넷 폐쇄, 전자 공격 감행 등 우주·사이버전이 전개됐다”며 “최근 수년간 격화한 중국·인도 간 국경 분쟁에서도 중국 측이 군의 이동을 감추기 위해 이동형 위성 재머를 이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에서 우주전쟁이 본격화했음을 뜻한다. 앞서 1990~1991년 걸프전에서도 미국은 군사위성을 미사일 탐지, 위치 추적, 통신 등에 활용했다. 우주전쟁의 역사가 30년도 넘은 것이다.




KPS 사업 계획


우리를 둘러싼 중국·일본·러시아 등 우주선도국은 우주전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저궤도 위성 파괴 미사일과 위성 공격용 위성(킬러위성) 등 위성 공격 기술에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주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등 각 부처 간 칸막이가 높아 우주정책 수립, 연구개발(R&D), 국제 협력 등에서 지장이 적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R&D 기관끼리도 상호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가 1조 2200억여 원을 들여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감시하는 군의 첫 정찰위성을 2025년에 구축하는 425 사업(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과 광학·적외선(EO/IR) 위성 총 5기)이 당초 계획보다 2년가량 늦춰진 게 한 예다. 국방부와 과기정통부·국가정보원 등이 힘겨루기를 하고 민간과도 협조가 제대로 안 됐던 것이다. 여러 부처와 R&D 기관을 총괄하는 우주컨트롤타워 부재의 빈자리가 컸다. 이동규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미래항공우주기술센터장(초빙교수)은 “북한은 아직 없지만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425 위성이 구축되면 지구 상공 500~600㎞의 저궤도에서 수십 ㎝ 크기의 물체를 판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425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이 있었고, 민간 전문 기관에서도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위성) 민·군 겸용 시리즈가 있는데 왜 굳이 별도로 만드느냐’고 반발했다”고 전했다. 결국 논란 끝에 국방부가 425 위성의 관제권을 행사하되 수집 정보는 국정원 등 다른 부처·기관과 공유하기로 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았으나 그만큼 사업 추진에 지장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식의 사례는 지금도 무수히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2020년 군 전용 통신위성 발사에 이어 정찰위성을 잇따라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국방우주 시대를 열고 있다”며 “하지만 우주선도국에 비해 기술력의 차이가 크고 인프라와 인력도 많이 부족한 데다 컨트롤타워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와 과기정통부가 2020년대 중반까지 100㎏ 이하의 초소형 정찰위성 51기를 개발하기로 하고 국방부 직할 정보본부는 425 위성 후속 사업으로 레이더 위성 10기와 전자광학 위성 2기를 개발하기로 했으나 부처 간, 육해공군 간, 민·군 간 협력이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방우주에서 수출 실적이 전무한데 초소형 정찰위성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 과정에서 수출 경쟁력 확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만들기로 했지만 기능과 역할·관장처를 논의하기에 앞서 위치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부각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국방우주까지 포괄하려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처럼 범부처를 망라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지만 논의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주는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외에도 국방부·국토교통부·환경부·외교부·기획재정부 등 10여 개 부처가 관련돼 있다”면서 “관리 기관도 많고 항우연이나 한국국방과학연구소처럼 R&D 기관도 나뉘어 있다”며 통합 관리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은 “전문가 사이에서는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서 항공우주청을 관장하되 여러 부처와 기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까지 포함해야 민·군 협력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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