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SSG 랜더스가 KBO리그 개막 이후 한 달 내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배구팀 대한항공 점보스가 V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프로축구에서도 시민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가 K리그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인천 프로스포츠 전성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못지않게 지방선거판도 뜨겁습니다. 인구 300만명을 바라보는 인천시정을 차지하기 위해 세 명의 후보가 맞붙습니다. 3팀의 프로구단, 인구 300만, 3명의 후보. 그래서 인천시장 선거의 관전 포인트도 3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4년 만에 성사된 리턴매치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남춘 현 시장, 국민의힘 후보는 유정복 전 시장입니다. 4년 전 7기 민선의 성적표는 박남춘 시장이 22%p 차이로 이겼습니다. 당시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겼던 만큼 박 시장의 당선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민선 6기 선거에서는 유정복 전 시장이 송영길 후보를 눌렀습니다. 이번에 서울시장에 나서는 그 송영길 전 대표가 맞습니다.
사실 리턴매치 못지않게 박 시장과 유 전 시장의 닮은꼴 행보에도 눈길이 갑니다. 한 살 형인 유 전 시장은 민선 최초 인천 출신 인천시장이었습니다. 한 살 동생인 박 시장은 민선 두 번째 인천 출신 인천시장입니다. 두 사람은 제물포고등학교 1년 선후배이면서 행정고시도 한 기수 선후배입니다. 군 생활도 두 사람 모두 학사장교로 했고, 심지어 종교도 천주교로 같습니다. 유 전 시장은 연세대, 박 시장은 고려대 출신이라는 건 다른 점입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입니다.
인천시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역학관계가 조금 많이 복잡합니다. 우선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인천시장까지 역임한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당을 위해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희생정신은 인정하지만, 인천 지역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는 게 민주당 내부 반응입니다. 지선은 시장부터 구청장, 시의원과 구의원까지 한 지역의 권력을 정하는 선거입니다. 특히 송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계양구에서 많은 아쉬워한다는 전언입니다.
그렇다보니 등장한 게 이재명 등판론입니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출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단점은 있습니다. 대선에서 이 전 지사는 48.91%의 득표율로 윤 당선인을 앞섰습니다. 이재명 지지층이 보궐선거는 물론, 지선에도 흡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다만 이 전 지사가 인천과 연고가 없다는 건 아킬레스건입니다. 지난 4일 인천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논의를 했지만 여기서도 찬반 여론은 반반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제 공은 민주당 비대위, 그리고 이 전 지사 본인에게로 넘어간 셈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이정미 정의당 후보입니다.
정의당 후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정미 전 대표입니다. 정의당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지도를 갖춘 인물입니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도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18.38%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출신으로 당선된 정일영 민주당 후보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민경욱 미래통합당 후보 사이에서 얻은 득표율이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2~3일 만 18세 이상 인천시민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4.3%(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였습니다. 유정복 후보(46.0%)과 박남춘 후보(39.5%)의 지지율 격차가 6.5%p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정미 전 대표와의 단일화가 절실합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단일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계양을 공천권을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를 ‘구태정치’로 규정하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