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움직임 속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76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필요시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가동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원 40전 오른 1272원 70전에 거래를 마치며 연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서면서 연고점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28일(1272원 50전)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이날 1267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 폭을 키워가며 오전 한때 1276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기준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23일(1282원 50전)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의 첫발을 떼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달에 이어 두세 차례의 추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1분기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크게 줄어든 데 반해 노동비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물가 상승 기조가 너무 높다’는 시장의 재평가도 달러화 강세에 한몫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진 점 역시 위안화와 동조화하고 있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로 당분간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는 가운데 달러인덱스 상승과 중국 위안화 약세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도 1270원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3.203%까지 뛰어올랐다가 전 거래일보다 3.2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3.146%로 거래를 마쳤다. 5년물~30년물 금리 역시 연고점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고 50년물 금리는 연 3.27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급해졌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대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당분간 우리 금융·외환시장은 각종 대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리스크 요인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할 경우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장 안정 조치를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