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의 머니웍스] 주식투자와 사교육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식·자식교육 공통점은 '장기적 관점'
남다른 시각 전제돼야 좋은 결과 나와
은퇴자금 헐어 과외비 쏟는 돈 연 20조
차라리 자녀 미래자금 위해 투자해보길








필자가 한국에 와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더 그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필자 주위의 지인들은 대부분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은퇴하고 나니 노후 자금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한탄한다.


필자는 젊은 사람들 특히 월급쟁이들에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말한다. 월급의 10%를 노후를 위해 꾸준하게 투자하라고 권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주식만큼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로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주식 투자를 장기적인 투자 대상보다는 단기적인 투기성 돈벌이로 잘못 이해한다. 주식 투자를 도박쯤으로 여긴다. 장기 투자해야 할 퇴직연금조차도 두려워하고 자금을 은행예금에 넣어두려고 한다. 퇴직연금법조차도 일정 비율 이상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게 금지한다. 지극히 잘못된 투자 문화다.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금이 없다고 말한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차도 사고 집도 사려면 남는 돈이 없다고들 한다. 내 생각으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경제지의 설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국민의 80%가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75% 이상의 사람들이 자녀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교육비 증가 폭이 더 커져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21% 늘었고 사교육비 총액도 23조 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펀드매니저로 35년을 산 필자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지극히 잘못된 현상이다.


주식 투자와 교육 투자에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야 하고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을 때는 남들이 주식 투자를 멀리하고 신문이 매일 부정적인 뉴스로 도배될 때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남들이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과외시킨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사교육은 대부분 학생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보다는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똑같은 기술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다양성이 없고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인재가 되기 어렵다. 우리 회사는 이런 학생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외가 학생들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얼마나 잘못된 투자인가.


한국 부모님들이 자녀 교육에 쓰는 자금은 세계 일등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투자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수입의 몇십 %를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더구나 은퇴 자금의 고갈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다면 남들이 비웃을 일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어린이 펀드를 만들어 운용해온 자산운용사 아메리칸센추리의 최고경영자(CEO)가 우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CEO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회사의 어린이 펀드는 80여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에 투자를 시작한 어린아이들은 커서 큰 부자가 됐고 후손들도 다 부자가 됐다고 한다. 자녀의 사교육비를 투자로 바꿀 수 있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유태인들은 엄마가 자녀들에게 교육을 한다. 주된 교육 내용은 서로 질문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통해 질문하고 스스로 학습하게 한다. 또 온 식구가 저녁을 먹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과외시킬 돈을 자녀들의 미래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미래에도 요즘같이 취직하기 어려울 경우 자녀들이 창업 자금으로 크게,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해마다 사교육비에 쓰이는 20조 원 넘는 자금이 창업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면 한국이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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