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다방] 콩가루 가족의 오합지졸 로드 무비 '미스 리틀 선샤인'

'미스 리틀 선샤인' 영화 리뷰
가정의 달 추천작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스틸컷/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미스 리틀 선샤인'(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은 오합지졸 가족의 험난한 여행기다. 가정의 달 5월을 따뜻하게 장식해줄 영화로, 훈훈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결코 평범한 가족 영화는 아니다. 등장인물 역시 이상적인 가족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 속 막내 올리브 가족은 엄마, 아빠, 할아버지, 삼촌, 오빠까지 죄다 이상한 구석을 가진 괴짜 가족이다. 말 그대로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고집불통!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예측불가 전개 속에 함께 타협하고 성장하는 이들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세상 어딘가에 당당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올리브 가족의 대장정을 그린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인상깊다.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쫒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 9단계 성공의 법칙을 맹신하는 아빠 리차드(그렉 키니어), 닭튀김 하나를 2주째 반찬으로 가져오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 자살 시도에 실패해 집으로 들어온 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 비행기 조종사가 될 때까지 묵언 수행을 하겠다는 오빠 드웨인(폴 다노), 통통한 외모를 가졌지만 어린이 미인 대회를 동경하는 막내 동생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까지.


하나같이 독특한 매력의 인물들이 화면 넘어 살아 숨 쉰다. 오합지졸 콩가루 가족이 한순간에 단합하게 된 계기는 단 하나. 막내 올리브를 '미스 리틀 선샤인' 미인 대회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것. 막내의 일생일대 소원을 이뤄주고자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로 머나먼 대장정을 떠난다.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여정을 떠나는 로드 무비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갈등하고, 화해하고, 협동하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통통 튀는 전개와 코믹한 이야기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미스리틀선샤인'은 폴 다노와 스티브 카렐의 무명 시절 연기를 엿볼 수 있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두 사람의 초창기 모습과 폭발적인 연기 실력을 확인 가능하다. 막내 올리브 캐릭터의 귀여운 매력 역시 빼놓기 어렵다. 풋풋하고 순수한 올리브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올리브네 가족은 노란색 고물 차를 이용해 캘리포니아 주로 향한다. 이 낡은 차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말을 듣지도 않는다. 고장 난 차를 달리게 할 방법은 모두 함께 차를 힘으로 밀어 출발시킨 후 한 명씩 올라타는 것. 가족들은 이 기막힌 방법을 최후의 수단 쯤으로 생각하며 기꺼이 행한다. 올리브 가족의 정체성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어느 곳 하나 성하지 않은 봉고차지만 마음을 한 데 모아 협력하면 힘차게 달린다는 것. 함께 발을 굴러 차를 움직이는 이 가족의 출발 방식은 영화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1박 2일 여정이 언제나 희망찬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가 하룻 밤 사이 돌아가시기도, 드웨인이 색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꿈이 꺾이기도 한다. 견디기 힘든 비극이 올리브 가족을 덮친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으면서 아픔을 이겨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날, 엄마는 올리브를 향해 속삭인다.


"할아버지는 특이한 삶을 사셨지만 너희들을 무척 사랑하셔, 만약 하늘에 가신다고 해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해", "무슨 일이 있든 우리는 가족이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 사랑하는 거야."


영화가 비극을 풀어내는 과정은 상당히 독특하다. 평범한 영화라면 슬픔을 해소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사건을 올리브 가족은 당차게 이겨낸다. 할아버지의 임종으로 올리브가 미인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 대개는 이쯤에서 대회 참가를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달랐다. 할아버지의 시신을 옮겨가며 올리브의 출전을 강행한 것. 올리브의 도전을 누구보다 원했을 할아버지의 뜻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이들의 유쾌한 선택이다. 시신을 이불에 돌돌 싸매 옮기는 가족들을 보고 있자면 '이 걸 이렇게 풀어낸다고?' 피식 웃음 짓게 된다.


이후 제트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묵언수행을 하던 드웨인은 자신이 색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색맹은 비행을 할 수 없기에 고통스러워하던 드웨인. 곧 묵언 수행을 깨고 '젠장!' 고함을 지른다. 절망하는 드웨인 옆에 막내 올리브가 다가선다. 오빠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올리브. 드웨인은 갈망하던 꿈이 가로막힌 현실에도 가족의 포옹으로 다시 일어난다. 하나같이 오합지졸에 날 선 인물들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힘이 돼주며 이 기막힌 여행을 지속한다.




결국 올리브와 가족들은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무사 도착한다. 안도감도 잠시,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가족들. 미인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천편일률적인 미소, 진한 화장, 과한 옷차림까지, 어른을 흉내 내고 있었다. 이를 본 아빠 리차드는 올리브를 무대에 세우지 말자 하지만 엄마는 올리브의 기회를 빼앗지 말라고 얘기한다. 아이들의 정형화된 무대가 지나고, 드디어 다가온 올리브 차례. 이때, 올리브가 영화 내내 숨겨왔던 개인기 무대의 진실이 밝혀진다. 그건 바로 파격적인 막춤! 이를 본 사람들은 경악하며 형편없다 소리친다. 끝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들. 가족들은 올리브의 기가 죽을까, 기립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이 영화는 어린이 미인대회를 향한 신랄한 비판 의지를 꾸준히 드러냈다.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온 가족들. 올리브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겠다 말하자 아빠 리차드는 먹으면 뚱뚱해질 거라며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삼촌 프랭크는 아이에게 할 말이 아니라는 듯 눈치를 주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날씬함을 강요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불편함을 유발한다. '날씬해야 예쁜 아이'를 암묵적으로 외치는 어린이 미인대회를 향한 감독의 쓴소리가 묻어나는 장면이다.


미인대회 관계자는 올리브를 당장 무대에서 끌어내라 소리친다. 그의 고함에 가족들은 보란 듯이 무대에 올라 더한 춤을 춘다. 환하게 웃는 가족들. 모두가 환호할 만한 보통의 미인대회 무대는 아니었으나 정형화된 관습을, 비이상적인 문화를 따끔하게 꼬집는 무대였음은 확실하다. 이후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노란 봉고차를 함께 밀어 하나, 둘 차에 올라타는 가족들. 밝게 웃는 인물들의 모습은 올리브의 무대가 이들을 진정한 가족으로 만들어 주었음을 알려준다.



◆시식평-평범한 가족 영화? 비범한 가족 영화!



+요약


제목 :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시간 : 102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감독 :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개봉 : 2006.12.21



보는 곳 : 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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