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폭탄 맞느니 자녀에 물려주자…사전 증여, 득일까[도와줘요, 상속증여]


올해로 65세가 된 나신한씨는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은퇴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제 1원칙으로 여유자금을 꾸준히 투자해 현재 18억원(상가건물 14억원 및 금융자산 4억원, 현재 거주주택은 배우자 소유)가량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녀 2명은 어느덧 성년이 되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나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그런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나신한씨는 마음속에 짐 아닌 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재산이 10억원이 넘어가면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속세를 줄일려면 미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심심찮게 듣게 되었고 평소 실천해 오던 분산 투자원칙에 따라 재산도 분산해서 이전하여 세금도 줄이고 일찌감치 자녀들에게 도움도 줄 겸하여 생애 최초로 증여를 결심하게 됐다.


증여, 얼마나 해야할까?

그러나 막상 증여를 실행하려니 얼마만큼 증여를 해야 절세가 되는지 까마득할 뿐이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해 봤지만 원론적인 얘기일 뿐 본인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정보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담당 세무사를 찾아 가서 증여 상담을 하려하니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신고시 외에는 왕래가 전혀 없었고, 재산이 많은 편도 아닌데 이것저것 일일이 물어보기도 궁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한들 자녀들 입장에서는 절세보다는 ‘먼저, 많이 받을수록 좋다’는 입장일거라는 생각에 고민을 같이 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혼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으나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엄청난 재산도 아니니, 지금 증여로 많이 주든 나중에 상속으로 많이 주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상가 건물(14억원)을 동일 지분으로 두 자녀에게 각각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자녀들은 일절 마다하지 않고 나신한씨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과연 나신한씨의 결정은 재무적으로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세액의 비교

나신한씨의 사전증여가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①모든 재산을 사후에 한꺼번에 상속할 경우와 ②일부 재산을 사전에 먼저 증여(증여세)하고 10년이 경과한 후 잔여재산을 상속(상속세)할 경우를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가정을 단순화(배우자공제 최저한, 상가건물 평가액은 상속시에도 동일)하여 두 경우의 세액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①모든 재산을 사후에 한꺼번에 상속할 경우에는 상속시 상속인이 납부해야 하는 세액이 약 1억 5000만원가량으로 예상되고 ②일부 재산을 사전에 미리 증여한 후 잔여 재산 상속의 경우 현재 증여시에 자녀가 내야 하는 증여세 합계는 2억 6000여만원이며 잔여재산인 4억원의 금융재산 상속시에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없다. 통상적으로 사전 증여를 하면 세금이 절세할 수 있다는 통설에도 불구하고 ②의 경우가 세액이 더 크게 나온 이유는 상속재산에 대해 기본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상속공제(일괄 공제 5억원 및 배우자공제 최저한 5억원)를 감안하지 않고 증여하였기 때문이다. 상속시 기본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상속공제는 10억원(배우자 공제 및 일괄공제)인데 비해 ②미리 증여할 경우의 상속개시일 현재 잔여재산은 4억원으로 6억원에 해당하는 상속공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나신한씨의 경우 ②일부 재산은 미리 증여하고 잔여재산은 상속할 경우 미리 증여하는 가액에 따른 세액(증여세+상속세)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①모두 상속할 경우(약 1억5000만원)보다 절세할 수 있는 사전증여 금액 구간은 1억원~9억원으로 나타나고, 3억원에서 6억원의 범위내에서 증여할 경우 세액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는 수치적인 것으로, 개별 자산을 일정액으로 쪼개 증여하기 힘들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다.


향후 부동산 가치(평가액)의 상승은 변수

나신한씨의 의사결정(14억원상당의 상가건물 증여)이 현 상황에서 세액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증여 이후 상속까지의 기간(10년 경과)동안에 부동산 가치의 상승분을 고려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①모든 재산을 사후에 한꺼번에 상속할 경우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할수록 상승분이 상속재산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상승분에 대한 상속세의 크기가 누진적으로 커지게 되는 반면 ②사전에 미리 증여하는 경우는 증여하는 현재 시점에서 부동산의 평가액(14억원)에 해당하는 증여세액을 납부함으로서 증여시점 이후 부동산 가격의 상승분은 자녀 몫이 되고 상속세와는 무관한 상황이 된다. 따라서, 향후 상가건물의 평가가액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약 2.3%씩만 상승한다면, ②의 경우와 ①의 경우가 명목상 세부담 총액이 동일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참고로, 상가 건물의 평가액의 경우 개별공시지가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개별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하락한 사실이 전혀 없고, 전년 대비 상승률은 최소 3%로 나타난다. 그리고 2022년 4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22년 토지개별공시지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전국 평균 9.93%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증여도 최적의 해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판단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역선택이 될 수 있고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속의 경우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가산되기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은 벌어 두고 자산 이전 계획을 생각해야 한다.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한편에 묻어두기보다는 개별공시지가가 공시되기까지 한 달 가량 남은 이 시점에서 가족들에게 어떻게 재산을 이전해 줘야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김청철 수석연구위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신한라이프는 자산가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전문적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1일 ‘상속증여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상속증여연구소는 기존 부유층은 물론,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상속과 증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고객까지 확대하여 전문적인 상속증여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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