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어제에 이어 또다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4% 밀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7%, 0.30% 내렸는데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가 결국 떨어졌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3.12%선까지 치솟았는데요. 예상보다 좋았던 고용지표도 지표지만 이날 월가에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0.75%포인트 제외 발언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가 이슈였습니다.
이번 주 ‘2022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취재와 이동 차 1일부터 5일까지 ‘3분 월스트리트’를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약속드렸던 4일도 취재 일정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반 기사로만 FOMC를 분석해드렸습니다. 사과의 말씀 드리며 미국 시간 금요일은 ‘3분 월스트리트’가 없는 날이지만 오늘과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두 가지 이슈 가운데 하나인 0.75%포인트 배제 발언에 대한 반응부터 보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연준이 0.75%포인트 가능성을 제외한 것은 실수”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경기침체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영란은행과 달리 파월 의장은 덜 솔직하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언제 떨어지는지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은 채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을 해댔죠.
0.75%포인트는 연준의 카드 중 하나입니다. 과격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번에 확 올려서 연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인플레이션 기대를 잡을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보폭이 크다보면 정교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지요.
어제와 오늘,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파월의 0.75%포인트 배제 발언을 문제 삼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첫날엔 좋았지만 시간이 또 지나보니 “이러다 인플레를 못잡고 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하는 것 아냐. 이러다 진짜 침체가 오겠는데?”라는 생각이 든 건데요. 아팔루사 매니지먼트 설립자인 데이비드 테퍼는 “중앙은해의 신뢰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으며 0.75%포인트 배제는 하지 않아도 된 것을 한 실수”라며 이것이 증시 하락의 한 요인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파월이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실수”라며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한 빨리 고통을 극복하는 게 더 좋다”고 했습니다. 한 번에 많이 올리면 시장에 충격이 있겠지만 질질 끄는 것보다 낫다는 건데요.
0.75%포인트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직접 말로 확인해주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큽니다. 농구를 하는데 “나는 3점슛을 쏠 생각이 없어”라고 하면 상대방은 수비가 쉬워지겠죠. 쏠 생각이 없고 슛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식 선언하는 것은 다른 얘깁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나는 아마도 파월이 잘못 말했거나 너무 굳건하게 0.75%포인트를 제외했다고 본다”며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피트 나자리안 마켓레빌리언닷컴 공동 창업자도 “0.75%포인트 제외 발언이 아마도 시장의 매도를 일으켰을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연준이 시장을 너무 신경쓰는 것이 되레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도 보는데요. 그는 “나는 연준이 시장에 너무 나이스하게 하려는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며 “그는 중립금리가 2~3%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중립금리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파월 의장은 0.5%포인트를 두세 번 더 올린다는 말과 함께 다시 0.25%포인트의 속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도 했었죠. 0.25%포인트 얘기에 시장이 더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했습니다만 굳이 이 말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 전반적으로 파월 의장이 나름 시장을 배려한다고 한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연준 의장의 발언은 이를 해석하는 사람과 기관마다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도 한다는 점 명심할 필요가 있는데요. 연준이 언론과 공식발언을 통해 바로잡기도 하지만 투자자들 스스로가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하고 입장을 바꾸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골고루 들으면서 겸손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락다운(폐쇄), 임금 상승 등 리스크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연준이 5월 FOMC 이후 언급한 위협 요인도 같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4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올라 3월(0.5%)보다 낮아졌는데요. 1년 전과 비교해봐도 4월은 5.5%로 3월(5.6%)보다 떨어졌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임금 상승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에는 좋은 신호”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62.2%로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비율이 올라야 인플레 압력이 덜어질 수 있는데요. 특히 공급 문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 상품전략 글로벌 헤드는 “러시아가 유럽가스공급을 중단하면 이를 대체할 공급이 나올 곳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쿼드라틱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낸시 데이비스도 “공급 이슈가 계속되면 지금의 연준의 금리인상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렇다 보니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이들이 5월 FOMC 이후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은 이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수준인 3.5%나 그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3%를 넘는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중립금리를 넘어 경기를 제약할 수 있는 정도까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주 초에 “연준의 인플레 대응에 늦었다.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한 랜달 퀄스 전 부의장도 이날 블룸버그TV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짧은(brief)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은 가장 최근까지 연준에 있던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클라라다는 지난 1월, 퀄스는 지난해 12월까지 있었죠. 이들은 연준의 실수와 정책전환까지 모든 내용을 지켜봤고 각종 최신 데이터도 접했던 이들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퇴직한 지 오래된 관료들은 경제에 관한 감은 있지만 최근 자료가 없기 때문에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은 다르지요. 연준 내에 있을 때는 말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소신발언(이들도 정책실수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눈여겨 봐야 하는데요.
월가에서도 침체 얘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연준이 무슨 일을 하든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가) 경제를 결국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 리서치 사장은 CNBC에 “노동시장은 후행지표라고 보며 사람들이 고용증가 숫자에만 집중하는데 가계 서베이가 좋지 않았다”며 “ADP의 민간고용보고서를 보면 최근 3개월 간 경제의 창인 소기업의 고용이 10만5000명 감소했다.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나오는 경기침체 얘기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라는 점입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수차례 전해드렸지만 현재의 소비와 고용은 좋습니다. 문제는 이게 내년에도 계속되느냐는 거죠. 보케 캐피털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월 일자리를 보면 우리는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것이 중장기까지 보장해주는 게 아닙니다.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지금 경제에 대해서는 좋게 본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숫자도 40만개 이상 늘지 않았나”라며 “경기침체 얘기는 아마도 내년 얘기”라고 했습니다.
실제 금요일의 상황만 놓고 보면 시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변동성에도 여전히 긍정적”이라거나 “모든 사람이 공포에 질리고 돈을 뺄 때가 나는 좋다. 그때가 매수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빴는데요. 케이티 스탁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 설립자는 “좋은 바잉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의 과매도가 희망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며 “우리는 여전히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레온 쿠퍼맨도 비관적이었는데요. 그는 이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준과 석유는 우리를 경기침체로 몰아 넣었다. 침체는 매 4~5년에 한번씩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시장이 상당 부분 유동성 덕을 봤듯 지금도 유동성이 증시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지금 시장의 혼란은 유동성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금리 리스크는 거의 반영했지만 유동성과 크레디트, 시장의 기능에 관한 것은 반영이 안 됐다”며 “이중에서도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유동성 리스크이며 사람들은 풍부하고 예측 가능한 유동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펀더멘털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함께 컨설팅 업체 로사&루비니를 세운 브루넬로 로사는 “우리는 현재 바닥 근처에 있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성장은 느려지고 금리는 오르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낙관적이기는 어렵다”며 “이제 성장 측면에서 전 세계의 성장을 다시 평가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할 것이며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은 결국 경제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올 여름 주식시장에 더 많은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그가 짚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0.75%포인트의 배제가 절대적인 기준에서 비둘기파적이냐?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0.75%포인트는 없어도 0.5%포인트가 수차례 더 올 수 있지요. 양적긴축(QT)도 있구요. 이는 엘 에리언 고문의 말대로 유동성의 빠른 감소를 불러옵니다.
정리하면 5월 FOMC 직후 ①0.75%포인트 배제가 비둘기파적으로 비치면서 시장에 도움 ②투자자들이 생각해보니 이 정도로는 인플레 잡기에 부족해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증가. 이것이 증시폭락의 한 원인 ③0.75%포인트는 아니지만 0.5%포인트 수차례만 해도 상당한 유동성 감소. 이는 증시하락 요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밥 프린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 공동투자책임자는 “금융시장은 미국 경제보다 훨씬 더 약하다”며 “한동안 금융시장이 경제보다 강세를 보였던 것과 정반대”라고 짚었는데요. 한동안은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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