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여성이 수년 전 34.99달러(약 4만4000원)를 주고 우연히 구입한 조각상이 2000년 세월을 간직한 고대 로마시대의 유물로 확인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4년 전 판매된 대리석 흉상이 로마시대 유물로 밝혀져 독일로 반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평범한 조각상으로 여겨졌던 이 흉상의 비밀은 골동품 거래상인 로라 영 덕분에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 2018년 기부 물품 판매 매장인 굿윌에 들른 영은 해당 흉상을 발견했다. 조각상 뺨에는 34.99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골동품을 본 순간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어 인터넷 검색을 한 영은 로마시대 흉상 이미지와 비교한 뒤 진짜 유물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이 골동품을 샀다.

이후 영은 경매업체 본햄스와 소더비에 연락을 취해 해당 조각상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에 나섰고, 마침내 자신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 조각상은 기원전 1세기 말이나 기원후 1세기 초로 추정되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물이고, 19세기 독일 바이에른 왕가의 수집품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흉상의 모델은 고대 로마 내전 당시 줄리어스 시저에게 패한 폼페이우스의 아들 또는 게르만 지역을 점령했던 로마군 사령관으로 추정된다.

독일 바이에른 주 정부의 후속 연구를 보면 바이에른 왕국 루트비히 1세는 1883년 무렵 이 유물을 로마식 별장인 폼페야눔 뜰에 전시했다.

이후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독일 폭격으로 폼페야눔은 큰 피해를 봤고 일부 유물도 없어졌다.

이에 대해 NYT는 "폼페야눔이 연합군 폭격을 당한 뒤 미군에 의해 점령됐다"면서 "미군 병사가 이 흉상을 독일에서 미국으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상황을 전했다.

바이에른 주 정부는 2차 대전 중 사라진 이 흉상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반환을 요청했고, 영도 여기에 동의해 유물 발견자에게 주어지는 답례 성 수수료만 받기로 결정했다.

영은 "예술품 절도와 전쟁 중 약탈은 범죄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행위에 동참할 수가 없다"면서 "흉상을 붙잡아 두거나 팔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조각상을 보관 중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미술관은 내년 5월까지 전시한 뒤 독일에 반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