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일 한낮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도발에 나서면서 정권 교체기의 대한민국은 한층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도발은 지난해 10월의 미니 SLBM 1차 시험 발사에 이은 7개월 만의 2차 시험이어서 실전 배치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비행 거리 및 고도를 감안하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가 유사시 고고도에서 공중 핵폭발을 일으켜 강력한 핵 전자기파(EMP)로 우리 군 및 주한미군의 첨단 무기를 무력화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SLBM을 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2차 시험 발사에 나선 것은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사출해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콜드론칭 기술은 이미 완성했고 상승 후 비행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며 “북측이 아직 성공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전력화에 이르는 수준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니 SLBM 성능은=정부·군 당국에 자문 활동을 해온 국내의 한 주요 연구자는 이번 미니 SLBM이 북한의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인 ‘KN 23’을 잠대지미사일로 개량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평가했다. KN 23은 비행 중 하강 단계에서 급상승(pull-up)했다가 재하강하는 변칙 기동을 해 상대방의 요격을 회피하는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KN 23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려왔는데 미니SLBM이 이를 기반으로 개조됐다면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망을 회피해 목표 지점을 타격할 위험성이 기존 탄종보다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SLBM은 북한이 20척을 보유한 로미오급 재래식잠수함이나 현재 건조 중인 중형 재래식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미오급의 경우 별도의 개조 없이는 1발 정도밖에 미니SLBM을 탑재할 수 없어 실전 능력이 떨어지며 향후 중형 재래식잠수함이 완성될 경우 SLBM 여러 발을 싣고 실전 운용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소규모로 실시할 경우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니 SLBM에 탑재할 수 있도록 소형·경량화된 핵탄두를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왜 60km 고도로 쐈나=북한의 1~2차 미니 SLBM 발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비행 고도가 약 60㎞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북한이 남한을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다면 고도를 20~40㎞ 정도로 맞춰도 충분한데 굳이 60㎞까지 올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러 고도를 높여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쏜 것이라면 공중에서 핵 EPM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거나 일본 영해를 침범하지 않는 수준으로 사거리를 조절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 취임 첫해인 2017년 하반기 국방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은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이 수중에서 고각 발사 방식으로 SLBM을 쏴 60~80㎞ 고도에서 폭파시키는 핵 EMP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의 기존 미사일방어체계(KAMD)로는 막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미국이 개발한 함대공미사일인 스탠더드 3(SM 3)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SM 3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다가 임기 종료를 불과 2주가량 앞두고 SM 3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SM 6를 도입해 해군 이지스함에 탑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SM 6를 도입한다고 해서 SM 3를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해군 관계자들은 “제한된 국방 예산을 감안하면 SM 6와 SM 3를 모두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미사일 방어 ‘실질적’ 강화 필요=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1~2년 내 중형잠수함 건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이나 옛 소련권 등을 통해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을 몰래 확보하거나 동체 일부, 주요 부품 등을 확보해 이르면 2030년대에 전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육상·해상 중심으로 감시·정찰·요격 체계를 갖춰온 우리 군의 ‘3축 체계’를 ‘해저 기반 3축 체계'로 확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유·무인 대잠초계기·헬기 및 이를 탑재하기 위한 대형 함정 체계 등을 확충하고 기존 재래식잠수함의 소나 등 감지 체계를 고성능화해야 한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냉전 시절 러시아의 핵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해 서방권이 설치했던 해저 음향탐지망 ‘소서스(SOSUS)’에서 착안해 무인해저드론과 해저소나 등을 개발하거나 구매해 동·서해의 주요 해저 길목에 집중적으로 깔아놓는 한국형 소서스 프로젝트 사업이 시급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추진잠수함에 대응해 우리 군도 원자력추진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윤석열 정부 초기 한미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