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이행 무리한 집착 말고…민생·안보에 역량 집중해야"

[용산시대 개막…전문가 제언]
하이퍼인플레 등 전례 없는 위기…시장주도 정책 재정립 필요
여소야대 정국에 협치는 선택아닌 필수…소통 리더십도 중요
"레드라인 넘는 건 불용" 원칙으로 북핵 위협엔 단호한 대처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축사한 뒤 합장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환경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녹록지 않다.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경제 위기 파도가 들이닥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여전하며 ‘여소야대’라는 핸디캡으로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을 정책으로 제대로 추진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재 속에서 정부가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단기적인 공약 이행에 무리하게 집착하지 말고 국민의 시각에서 시급한 민생과 안보 현안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범정부·범정권 차원에서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①스태그플레이션 진입민생이 최우선=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 즉시 민생 문제 해결에 역점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입법 등으로 촉발된 여야 갈등으로 시간을 소모할 여유가 없다는 경고다. 국민의힘도 이러한 위기 의식을 느낀 듯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함께 첫 회의를 열고 부동산과 지역 균형 발전,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우선 처리할 민생 현안 과제로 선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퍼펙트스톰까지는 아니어도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물가 관리에 역점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민생 문제를 근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규제 개혁 등 시장 주도적인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불평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면서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도 상당히 연관성이 있는 만큼 격차 해소 등을 위한 민생 정책에 여야가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통 채널 확대공약 수술 불가피=전문가들은 소통의 리더십도 주문했다. 특히 소통 채널로 측근이나 같은 진영 내 인사에 의존했던 역대 대통령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우진 경북대 교수(선거학회장)는 “윤석열 정부가 우선순위에 놓은 과제가 있다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야당이 원하는 것부터 수용하는 등 주고받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계와 시민사회 등과 폭넓게 교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대선에서 노조 등 특정 단체나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수정하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성 교수는 “대선 때 했던 약속이라고 무조건 지키려는 자세는 곤란하다”면서 “타임오프제·노동이사제 같은 친노동정책 공약 등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③여소야대 정국협치는 필수=검수완박 입법 등으로 촉발된 여야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면 최대 피해자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협치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입법을 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금과 같은 극한의 대치가 이어지면 2024년 총선까지 국정과제 입법이 올스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여소야대 정국과 50%보다 낮은 윤 당선인 지지율을 고려하면 ‘광우병 촛불 시위’ 등으로 출범 직후부터 국정 동력이 떨어진 이명박(MB) 정부보다 오히려 열악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해서 총리를 임명 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정 책임자로서 협치에 대한 주도권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④북핵 위협에는 단호한 대처=북핵 문제는 저자세로 일관했던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레드라인을 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임기 초부터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역시 7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 능력을 갖춰나갈 것”이라며 “신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전반적인 북핵 미사일 위협을 재평가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한반도 문제보다 중국 견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이 가만히 있으면 미중 갈등에 말려들어갈 수 있는 만큼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한미 간의 인식 차를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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