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친 안경덕 장관 “청년은 어두운 방에서 스위치를 찾고 있습니다”

“청년에 늘 미안“…30년 공무원 ‘귀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년 12월 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 작년 말 부산시 산하 청년두드림센터 사무실은 A군을 찾으려는 상담사들의 전화 통화 목소리로 가득찼다. 계속 취업에 실패하던 A군이 가족에게 불안함이 들만한 문자를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같은 해 7월만하더라도 A군은 고용노동부가 이 센터에서 연 청년간담회에서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들을 만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웃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간담회 후 ‘힘내’라고 안아줬던 ‘그 청년’이다. 다행히 A군은 얼마 후 가족 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서류 준비부터 면접 심사까지 고용부와 센터 직원들이 도운 덕분에 A군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안 장관은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은 쉽지 않다”고 직원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1년을 다한 안 장관을 설명하는 일화 중 하나다. 안 장관은 ‘청년부’가 있었다면 ‘청년부 장관’이 더 어울렸다. ‘사과부’가 있었다면 그 부처 장관도 나쁘지 않다. 자랑과 호통에 능하고 사과와 감사에 서투른 정치인 장관들과 ‘30년 공무원’은 참 달랐다.


작년 12월 서울경제는 안 장관과 인터뷰를 했다. 작년 5월 취임한 안 장관은 6개월 동안 청년 간담회만 열 번 열었다. 2~3주에 한번 꼴이다. 그에게 잘한 정책을 소개해 달라고 물은 이유다. 민관 일자리를 만드는 청년고용응원프로젝트, 채용정책 논의기구인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 등 그가 고용부에서 한 청년 정책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안 장관은 “청년을 만날 때다마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고 먼저 말했다. 청년 고용지표가 호전됐다는 정부 발표 때도 안 장관의 속마음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청년을 만나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조차도 정말 고용이 좋아지고 있는지 모를 정도”라며 답답해했다. 돌이켜보면 이해가 되는 말이다. 안 장관은 작년 10월 청고특위를 주재하면서도 “취업준비생은 어두운 방안에서 취업의 스위치를 찾는 것처럼 막막함과 불안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회의를 시작했다.


안 장관이 ‘찾아간 곳’들도 기억난다. 안 장관은 작년 5월 28일 현 정부 들어 고용부 장관으로서 두번째로 민주노총을 찾았다. 이날은 구의역에서 목숨을 잃은 김 군의 5주기다. 그는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기리는 근조리본을 받았다. 그는 올해 1월 광주 화정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옆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들의 쉼터에서도 “최대한 빨리 구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한참을 서 있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후보자들의 논란을 보면서 안 장관을 떠오를 장면이 하나 더 늘었다. 작년 5월 안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30여년간 깔끔한 공직 생활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참 열심히 사신 것 같다, 비리 문제를 이야기하면 서로 민망한데 그렇지 않게 살아줘서 참 고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