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피해 단골식당에 600만원 기부" 故강수연, 미담 화제

영화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제공.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한국 영화계의 큰 별' 강수연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지인들이 뒤늦게 전한 고인의 미담도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고인의 별세 사흘째인 9일에도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영화계 인사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수연과 절친했던 윤영미 아나운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골 식당 주인에게 들었다면서 강수연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윤 아나운서는 "그녀가 종종 술을 마시던 식당이 장마로 물이 차 보일러가 고장 나 주인이 넋을 놓고 있었는데, 강수연 그녀가 들어와 연유를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비 600만원을 헌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 아나운서는 "듣기론 그녀도 당시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 온 가족을 부양하는 자리에 있었다는데 참 통 크고 훌륭한 배우"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강수연의 가마꾼 역할을 했던 한 엑스트라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뉴스 댓글을 통해 "제가 2001년 엑스트라 할 때 '여인천하' 나왔을 때 강수연(배우가 연기한) 난정이 가마꾼 한 적이 있다"며 "(촬영이 끝나고) 가마꾼들 수고하신다고 흰 봉투로 10만원씩 넣으셔서 4명에게 직접 주셨던 것을 잊지 못한다. 그때 일 끝나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고 적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던 고인은 언론에 공개된 우광훈 다큐멘터리 감독과의 일화를 통해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강수연은 지난 2004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우 감독을 한 술집으로 불렀다. 그러더니 낯선 사람에게 우 감독이 기획 중인 단편 영화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했다. 동석자는 우 감독의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면서 들었으나, 강수연은 "독특하고 좋네. 이 아이 잘 될 아이니까 빨리 지갑 털어. 나중에 후회 말고"라고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그 술자리에서 강수연이 100만원, 동석자가 100만원을 내놨고, 단숨에 제작비 200만원이 마련됐다.


우 감독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갑 털린 분은 모 대기업 회장이었다"면서 "(강수연은) 시사회까지 하고 뒤풀이 비용까지 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5일 오후 5시48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치료를 받아왔으나 7일 오후 결국 숨을 거뒀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던 고인은 1986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최초의 월드스타가 됐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를 통해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고인의 복귀작이자 유작이 된 '정이'는 촬영을 마쳐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며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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