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소통령’이라고까지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9일 열린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3일 한 후보자가 지명되자마자 낙마 1순위에 올리고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한 바 있다. 양측은 가장 큰 쟁점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발단이 됐던 ‘조국 사태’의 수사를 한 후보가 이끌었던 만큼, 후보자 개인과 가족의 신상문제에 대해서도 송곳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주제는 단연 ‘검수완박’이 꼽힌다. 한 후보자는 그 동안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야반 도주’라고 공개 비판하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자료에서도 새 정부 출범 후 법무부가 최우선 처리해야 할 과제로 “검수완박을 위한 법률개정 문제가 국민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제일 시급한 현안”이라고 답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으로 각종 중대범죄들이 묻힐 수 있다며 조직개편·제도개선 등의 방안을 통해 검찰 수사기능의 약화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향후 개정 법률안에 따른 관련 법령 개정, 조직 정비, 제도개선 등을 통해 형사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살펴보고 위헌성 여부 검토 등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검찰의 수사 및 보완수사 요구 범위를 넓히는 ‘우회로’를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힘을 싣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전제로 한 수사청 설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 폐지된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과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 후보자는 “대검의 수사 정보수집 부서를 폐지하면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보수집 부서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조직개편 및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 증권범죄에 대한 유관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합수단 재설치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또 전임 추미애·박범계 장관 때 행사된 장관 수사지휘권에 대해 “악용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실상 전임 정부에서 바뀐 검찰 제도를 가능한 모두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민주당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양측은 청문회에서 앞으로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검수완박 법안 공방 만큼이나 후보자 개인과 가족의 신상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청문회에서 홍역을 치렀던 더불어민주당이 공수 교대가 되자 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두고 파상 공세를 벼르고 있어서다. 한 후보자가 전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가족과 관련한 질의사항이 100건에 육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친의 아파트 편법 증여 △농지법 위반 △배우자 위장전입 △배우자 직업 관련 이해충돌 △장녀의 ‘부모 찬스’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부동산 문제다. 한 후보자는 1998년 모친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신반포 청구아파트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아파트는 정모 씨가 한 후보자 모친으로부터 돈을 빌려 샀는데 한 달 뒤 한 후보자가 다시 매입하면서 근저당권이 해제됐다. 한 후보자는 “약 1억 원대 초반의 매매대금은 급여와 예금,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여러 차례 적법하게 증여받은 돈 등으로 지급했다”면서도 “당시 군법무관 훈련으로 모친이 절차를 대신 진행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등기 과정이나 경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본인과 가족이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실제 거래금액과 다른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확인 결과, 실거래가와 다르게 신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청문회에서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한 후보자는 아버지 농지를 상속받은 뒤 농사를 짓지 않고 장기간 보유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배우자와 관련해선 외제차 구입 때 내는 지방채 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2007년 차량을 사면서 매수 및 등록 절차를 맡은 자동차딜러가 배우자의 주민등록을 무관한 곳으로 일시 이전했다”며 미리 확인 못한 자신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 장녀의 ‘부모 찬스’ 논란도 예상된다. 한 후보자 장녀가 어머니 친구인 기업 임원을 통해 복지관에 노트북 50대를 기부하도록 주선하고 단기간에 논문·전자책을 여러권 써낸 뒤 미국 매체에 돈을 내고 광고성 기사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스펙을 쌓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모 찬스로 입시용 기부 스펙 쌓기, 셀프 기사 작성 등 허위 스펙 풀코스를 거친 것 같다”며 “경찰과 공수처는 즉각 수사를 개시하고 자택은 물론이고 관련자와 단체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케냐 출신의 대필 작가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을 대신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한 후보자 측은 “해당 글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라며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직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법의 취지·미성년자녀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후보자가 관여한 바 없는 미성년 자녀의 상세 활동에 대해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는 없다는 점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부터 ‘민원성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시를 받을 관계가 아니었고 지시를 받은 적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장관 취임시 유시민 작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취하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충 타협하면 다른 힘 없는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유 작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후보자가 검사 시절 자신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현재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작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