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품 사업 투자를 미끼로 1조 2000억 원대의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화장품 업체의 회장 엄 모(58) 씨와 본부장 등 임원들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엄 씨의 회사 법인에는 벌금 10억 원이 부과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9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유사수신법 위반, 방문판매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화장품 업체 아쉬세븐의 회장 엄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아쉬세븐 임원, 본부장 등 12명에게는 최소 징역 2년에서 최대 징역 11년을 각각 선고했다. 아쉬세븐 법인에는 벌금 10억 원을 부과했다.
검찰에 따르면 엄 씨와 아쉬세븐 임원, 본부장 등 피고인 12명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6년 동안 73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에게 “화장품 사업에 투자하면 위탁판매를 통해 4개월간 투자금의 5%를 이자로 주고, 다섯 번째 달에는 투자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현혹했다. 이를 위해 아쉬세븐 관계자들은 실제로 가동한 적이 없는 공장을 실제 화장품 생산이 이뤄지는 시설인 것처럼 속이고, 유명 연예인이 회사의 제품 모델인 것처럼 꾸며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여기에 신규 투자자들이 줄어들자 2019년에는 아쉬세븐을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겠다고 말하며 추가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회사의 우선주를 지금 구매하면 상장 후 2배의 주식을 교부하겠다”, “다른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니 여기에 투자하면 상장 후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일당이 가로챈 금액만 모두 1조 149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단계 사기를 이어오던 이들은 지난해 4월 갑자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유로 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서울 송파경찰서가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받아 수사해왔고,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1월 아쉬세븐 대표 엄 씨와 임원들을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은 화장품이 성황리에 판매되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현혹했다”며 “대규모 다단계 사기 범행은 피해자 다수를 양산하고 개인 뿐 아니라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 역시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욕심에 사실 관계를 면밀히 살피지 않아 피해 확대에 기여한 면이 있다”면서도 “범행의 정점에서 계획적으로 이를 주도한 피고인에게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