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속도 부진에 美·英서도 전력난 경고

태양광 등 발전량 기대 못미쳐
여름철 전기 수요 증가 앞두고
美 전력업체 “정전사태 올수도”

독일의 태양광발전 시스템 제조 업체인 솔라와트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에서 전력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넷제로(탄소 중립) 목표를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기대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전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 업체가 극심한 더위와 산불, 새로운 발전소 가동 지연 등을 이유로 올여름 전력 공급 부족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 중서부 지역 발전소를 관할하는 MISO도 여름철 전력 부족으로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정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정비를 위해 일부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된 텍사스에서도 폭염 기간의 전력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지에서 경고음을 울리는 전력난의 원인은 재생에너지의 정체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발전소들이 노후화로 퇴출되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해야 할 풍력·태양광발전소 등이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전기를 저장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필수인데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으로 배터리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WSJ는 "최근 상무부가 중국 태양광 제조 업체들의 무역관세 회피 여부를 조사하면서 신규 태양광 패널 건설에 필요한 주요 부품 수입이 중단됐다"며 "이 때문에 미국 태양광 산업은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를 두고 고심하기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2030년까지 해상풍력 50GW, 2035년까지 태양광 70GW, 2050년까지 원자력 24GW를 각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 전력이 공급되려면 6~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재생에너지가 영국 전력 회사 내셔널그리드를 통해 지역 사업자에게 공급되려면 막대한 네크워크 개선 비용이 소요되는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기업 RES에서 에너지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패트릭 스마트는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저렴한 신재생에너지지만 장기 계획과 인프라 투자가 부족해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