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의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 수도’ 봉쇄의 여파로 4월 들어 수출입이 급감한 것은 물론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중국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당국의 연간 목표인 ‘5.5% 내외’ 성장률 달성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9일 해관총서에 따르면 4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비 3.9% 증가한 2736억 달러(약 349조 원)에 그쳤다. 전달 증가율 14.7%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수치로 2020년 6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저치다. 중국의 월간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9월 28.2%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월 수입은 2225억 달러로 지난해 4월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3월(-0.1%)에 2020년 8월 이후 첫 마이너스를 보인 데 이어 4월에도 증가세가 정체됐다.
이처럼 수출입이 동반 부진한 것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을 가진 상하이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영향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상황 악화가 수요를 감소시키고 생산과 물류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4월 수출입에 어려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3월 28일부터 진행된 상하이 전면 봉쇄의 영향이 4월부터 중국 경제 성적표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날 수출입 실적에 이어 앞으로 발표될 4월 중국 경제지표들이 봉쇄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봉쇄 한 달이 지나면서 상하이의 상황은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이달 들어서는 베이징으로 봉쇄 우려가 확산되며 ‘제로 코로나’발(發) 경기 악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집단 감염이 시작된 베이징에서는 지금까지 누적 감염자가 700명을 넘어서며 봉쇄된 아파트와 건물이 783개에 이른다. 이달 초 노동절 연휴에 적용하려던 베이징의 식당 영업 금지와 영화관·공연장·체육시설의 운영 중단은 무기한 연장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까지 일부 멈춘 가운데 베이징도 상하이처럼 일부 지역을 아예 봉쇄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내에서도 2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1분기 4.8%의 경제성장률이 발표될 때만 해도 2분기에는 성장률이 5%대로 회복되면서 연간 목표치(5.5% 내외)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2분기 성장률을 1.8%까지 낮추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보낸 경고 메시지를 곧이 듣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셩송청 전 중국 인민은행 조사국장은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에 “코로나19 확산은 회복 궤도에 있는 경제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준다”며 "GDP 성장률이 2.1%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중앙은행 전직 관료가 이같이 발언할 정도로 중국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그는 감염 확산으로 서비스업뿐 아니라 제조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창장삼각주 지역 제조업 중심지의 공급망 붕괴가 정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고용 압박, 소비 회복 지연, 경기 둔화의 악영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는 중국 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치에도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4일) 신규 주택 판매가 면적 기준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당국의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절 연휴의 중국 내 관광 소비 지출도 647억 위안(약 12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