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보물 같은 배우들, 홍경표 촬영감독을 비롯한 한국영화계를 대표할 제작진들과 한 자리에 모여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재미가 없으면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스스로도 납득할만한 작품으로 완성됐습니다. 최고의 ‘월드 프리미어’ 장소인 칸에서 영화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년 한 해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 작업한 신작 한국영화 ‘브로커’를 선보이게 된 데 대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어느 가족’을 비롯해 숱한 걸작을 만들었던 그가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점은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출연진이 공개되고,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관심은 더 커졌다. 고레에다 감독은 1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브로커’의 제작보고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한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선보이게 돼 매우 기다려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브로커’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새 부모에게 넘기려는 브로커 상현과 동수로 나온다. 둘은 영화 ‘의형제’ 이후 12년만에 뭉쳤다. 이지은(아이유)은 이들이 넘기려는 아기의 엄마 소영을 연기하며, 이들을 뒤쫓는 형사 수진은 배두나, 그의 후배 이형사로 이주영이 출연한다. 상현과 동수가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몰래 데려왔지만 아이를 두고 온 소영이 다시 돌아오고, 세 사람이 새 부모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송강호는 이 자리에서 “차가운 얘기로 시작해 따듯한 휴머니즘으로 끝날 것 같은 예상과 달리 따뜻함에서 시작해 차갑고 냉정한 시선으로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게끔 영화세계가 펼쳐진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칸 영화제는 이 작품을 경쟁부문에 초청하며 고레에다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이 관심을 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등 국내 숱한 거장들과 함께 했던 송강호에게 고레에다 감독과의 작업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오래 전부터 존경하는 예술가였다. 출연 제안 자체가 영광스러웠다”며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 등 일본 영화감독에게 갖는 선입견과 달리 자유롭게 배우의 감성을 존중하고 끄집어내주는 작업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송강호에 대해 “선악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인물을 만들어낸다”며 “다채로운 색의 인물을 표현하는 탁월한 배우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식사 자리에서 “현장이 시작된 뒤엔 무조건 송강호에게 맡기면 괜찮을 거다. 그는 태양과 같은 존재”라고 조언한 걸 떠올리며 “실제 작업해보니 그랬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작 ‘공기인형’에 이어 함께 작업한 배두나에겐 “그 시절 이상으로 연기를 갈고닦았더라. 빈틈도 없고 버릴 허점이 없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지은을 캐스팅한 데 대해선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팬이 됐다며 “이 역할엔 이분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주영 역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으로 고레에다 감독은 8번째, 송강호는 7번째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강동원과 이지은은 칸 영화제에 처음 참석한다. 이지은은 “살면서 이런 날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이라며 “열심히 배우고 즐기고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각에선 송강호의 주연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성급한 관측마저 있는데, 그는 “수상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라 생각지 않는다.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저는 상을 받았다 생각한다”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