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조금 더 신속하게 임상 비용을 지원받았다면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단을 발표한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국민과 주주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정부 지원에 아쉬움을 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제넥신(095700)에 이어 HK이노엔(195940) 등 개발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각각 93억 원, 44억 원의 정부 예산을 받은 만큼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뼈아픈 사실이지만, 염치 불고하고 내놓은 해명은 새겨들을 만하다. 공통적으로 임상을 포기한 이유로 사업성과 시장성 부족을 꼽았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 개발에는 정부 지원금 하나 없이 국제기구에서 2억 달러(약 250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백신 주권’을 확보했다고 전·현 정부 모두 홍보했지만 정작 이 백신 개발에 일조한 부분은 크지 않다. 물론 정부도 규제 지원과 선구매로 어느 정도 도움을 주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가 임상을 지원한 ‘국산 2호’ 백신부터는 상황이 좋지 않다. 1·2상 단계인 개발사들의 포기가 늘어나고 그나마 3상 허가를 받은 유바이오로직스(206650)는 아직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임상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300억 원 규모의 3상 비용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협의만 넉 달째다. 미온적인 개발 속도에 벌써 엔데믹이 다가오다 보니 백기를 드는 민간 기업들도 늘고 있다.
백신은 다른 신약과 달리 경제성을 중요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 국민 건강과 보건 보안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코로나19가 이 정도인데 다른 국가 예방접종 대상 백신의 자급률 27%는 언제 끌어올릴지 불투명하다. 백신 개발에 전폭적인 ‘톱다운’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 “‘돈이 없어서 개발을 못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에 업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