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신장이식 5000례 달성…고위험군 5년 생존율 92.8%

1979년 첫 수술 이후 43년간 술기개발 노력
면역학적 고위험군 상대로 1년 생존율 98.5% 달해

세브란스병원 신장이식 5000번째 환자와 의료진의 모습.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이주한 이식외과 교수가 운동선수 출신의 40대 남성 환자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누적 5000례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5000례 신장이식의 주인공은 전직 운동선수 A씨(48)다. A씨는 40대 초반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통풍, 당뇨로 지역 병원에서 정기 검진과 치료를 받아왔는데, 지난 2018년 6월 갑작스럽게 신기능 수치가 정상 수치의 3배 이상 상승하자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를 찾았다. 신장 조직검사 결과, 사구체경화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행하던 A씨는 지난해 9월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거나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A씨는 투석보다 신장이식을 받고 일상생활을 해 나가고 싶었지만 가족 중 신장 공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선뜻 결심할 수 없었지만, 2명의 누나가 동생을 위해 기꺼이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두 누나 모두 체중이 많이 나가고 혈압이 높아 신장을 공여하기에는 부적합한 상황이었다. 신장이식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A씨는 이주한 이식외과 교수로부터 체중을 감량하고 혈압도 잘 조절하면 신장기증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희망을 갖게 됐다.


A씨의 작은 누나는 동생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3개월에 걸쳐 체중을 10kg 가까이 감량하고, 혈압도 잘 조절해 동생에게 신장이식을 할 수 있었다. A씨는 이식수술을 받은 후 회복에 전념해 안정된 상태를 되찾아 현재는 후학 양성을 위한 코치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A씨와 같이 신장 사구체 여과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을 걸러낼 수 없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은 투석치료 등 신대체요법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많은 시간과 엄격한 식이조절이 필요하며 신장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많은 말기 신부전 환자들이 신장이식을 고려한다.


물론 모든 말기 신부전 환자들이 신장이식을 시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장이식을 위해서는 뇌사 또는 생체기증자가 필요하며 기증자와 면역학적 조건도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혈액형이 다르거나 교차반응 양성 등으로 가족 내 공여자가 있어도 이식 진행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형이 다르거나 교차반응 양성인 환자들에서도 체내 항체 농도를 낮추는 탈감작 치료를 통해 신장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979년 첫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이라 43년 간 꾸준한 술기 개발과 연구를 바탕으로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면역학적 고위험 환자 이식에 앞장서면서도 우수한 치료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식 신장의 정상 기능 확률인 이식신 생존율은 △생체 신장이식이 98.5%(1년)·92.8%(5년)·83.2%(10년) △뇌사자 신장이식의 경우 96.7%(1년)?91.2%(5년)?81.7%(10년)였다.


면역학적 고위험군 극복 노력과 함께 최신 술기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 신장이식에 성공했다.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절개창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처 감염률이 낮고 회복이 빠를 뿐만 아니라 미용적 효과도 탁월하다.


허규하 이식외과 교수는 “신장이식팀은 간, 심장, 폐 등 타장기 동시 이식, 3차 신장이식 등 여러 고난이도 수술로 많은 장기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삶을 제공해 왔다”며 “현재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신장이식 분야를 꾸준히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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