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페이퍼가 결국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청약에 나섰지만, 주식 시장 침체와 더불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높은 구주 매출 비중등이 발목을 잡으며 공모자금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는 이날 임원 회의를 열고 IPO 잔여 일정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태림페이퍼는 지난 10일 기관 수요예측을 종료하고 11일 공모가를 확정 공고한 뒤 12~13일 일반 청약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관들의 청약 참여 부진으로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으로도 확정하지 못하게 되자 상장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 아래에서 확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림페이퍼가 상장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주식 시장 침체가 꼽힌다. 수요예측 마지막날인 10일 코스피 지수가 2600선 아래로 빠지는 등 공모 환경이 좋지 못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한 몫 했다. 태림페이퍼는 아세아제지·대영포장·삼보판지 등을 비교기업으로 주당 공모가로 1만 9000~2만 2000원으로 투자자들에 제시했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이 24.75배로 높은 대영포장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며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다른 비교 기업인 아세아제지와 삼보판지의 PER은 각각 4.35배, 4.19배에 불과하다.
또 공모 구조가 신주 모집 60%, 구주 매출 40%로 구주 매출 비중이 다소 높은 점도 흥행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태림페이퍼는 공모가 하단 기준 154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이중 616억 원은 최대 주주인 세아상역이 보유 지분 매각 대금으로 회사에 신규 투자 자금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한편 SK스퀘어(402340)의 자회사인 SK쉴더스에 이어 태림페이퍼까지 수요예측 후 공모 일정을 전면 철회하면서 IPO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게 됐다. 올 해 들어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1월 28일), 대명에너지(2월 28일), 보로노이(3월 16일), SK쉴더스(5월 6일)에 이어 모두 5곳인데 이달 들어서만 SK쉴더스·태림페이퍼 2개 회사가 공모를 철회했다.
태림페이퍼와 함께 수요예측을 벌인 SK스퀘어의 또 다른 자회사인 원스토어 역시 조만간 상장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전날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을 면치 못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