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쇠약해진 얼굴과 거동이 불편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건강이상설이 증폭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와 미러 등 외신은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에게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70세인 그는 90대의 2차 대전 참전 용사들과 나란히 앉은 와중에 혼자 무릎 위에 두꺼운 담요를 올려 놓았다. 간간이 기침도 했다. 얼굴은 다소 부어있었으며 가만히 있을 때는 표정이 시무룩했다. 기념사를 낭독하는 와중에는 원고를 넘기기 위해 약 7초간 말을 멈추기도 했다.
특히 열병식에 등장한 푸틴 대통령 걸음걸이가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보행 시 왼팔은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렸지만, 오른팔은 상대적으로 흔드는 폭이 제한적이었다. 열병식 내내 푸틴 대통령 오른팔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몸쪽에 어색하게 붙어 있었다. 또한 무명 용사를 위한 헌화를 위해 단상에서 내려와 걸어갈 때는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걸음에 신경 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서 절룩거리는 듯한 걸음걸이가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그의 건강 이상설은 우크라이나 침공 뒤에 더욱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속전속결로 끝내려 했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지고 전례 없는 국제 제재에 직면하면서 전과는 다른 비정상적인 행태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변덕스러운 행태를 보이거나 정부 고위 관료를 대상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암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로이드 분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열병식에 앞서 연단에 선 푸틴 대통령은 10여 분의 연설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이유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데 할애했다. 서방이 예상했던 전면전 선언이나 승전 선언 등 다른 특별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