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우후죽순 골프웨어 레드오션되나

박시진 생활산업부 기자


수년간 정체됐던 골프 산업이 때아닌 전성기를 맞았다. 골프를 치던 기존 중장년층 고객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30세대가 신규 고객으로 유입되면서 골프 산업의 대중화를 이룬 것이다. 골프는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할 수 있는 스포츠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낮고 야외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점으로 해당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골프채와 골프공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며 업계가 분주하다.


골프 패션 업계 역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패션 업체들은 유통 채널을 늘리고 신규 라인을 추가하는 등 공격적인 활동을 보였고, 1년에 60여 개가 넘는 신규 브랜드가 출시됐다. 이들은 새롭게 자체 브랜드를 만들거나 기존 브랜드 중 골프웨어 라인 판권을 따내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골프 브랜드의 난립으로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능성에서 차별화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고가 정책을 펼치는 브랜드와 네임 밸류 파워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고가 제품으로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소·중견 업체들은 마케팅을 위해 출혈경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결국 골프 패션의 주요 고객인 여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와 기존 유통망을 확보한 곳만이 살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색채가 없이 무작정 브랜드 론칭에만 주력하다가는 제2의 아웃도어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스포츠 의류 시장은 아웃도어 열풍이 불었던 2010년대 중반까지 고공 행진을 보이다 2019년부터 ‘거품’이 빠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한정된 시장 규모에 브랜드가 100여 개까지 늘자 과당경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골프 열풍’에 편승해 일단 브랜드를 만드는 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마케팅과 브랜드력을 갖춰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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