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해진 고혈압 조절목표 "고위험 환자는 130/80mmHg 미만으로 낮춰야"

대한고혈압학회, '2022 고혈압 진료 지침' 개정·발표
고령 동양인 고혈압 환자 대상 최신 연구 결과 반영
미국심장학회 기준 따라 엄격한 고혈압 관리 필요성 강조

대한고혈압학회가 적극적인 혈압관리의 중요성을 담은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미지투데이

심혈관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도 당뇨병, 만성신질환 등의 질환을 동반한 경우 혈압을 130/80mmHg까지 낮춰야 한다는 기준이 새롭게 제시됐다.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종전과 동일하지만, 무증상이라도 장기손상이나 단백뇨 등의 위험인자를 동반한 환자는 더욱 적극적인 혈압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 고혈압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이번 지침은 대한고혈압학회가 2018년에 이어 4년만에 선보인 개정본이다. 그동안 학회는 심뇌혈관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 고혈압 환자의 치료목표를 다르게 설정했다. 심뇌혈관질환을 동반한 경우 혈압을 130/80㎜Hg 미만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140/85m㎜Hg 미만으로 관리해도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심뇌혈관질환을 동반하지 않아도 △무증상 장기손상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 3개 이상 △당뇨병과 심뇌혈관질환 위험 인자 2개 이상 △당뇨병과 3기 이상의 만성 콩팥병 등을 동반한 고위험도 고혈압 환자는 130/80㎜Hg 미만으로 관리하도록 권고했다.


즉, 임상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을 진단받지 않았더라도 위험인자가 있다면 국내 고혈압 기준보다 엄격한 치료목표를 적용하고,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고혈압 진단기준은 140/90mmHg이다.



국내 고혈압 관리 현황. 사진 제공=대한민국 고혈압 팩트시트 2021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이미 2017년부터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고, 수축기혈압(최고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학회가 5년만에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혈압 조절목표를 강화한 데는 고령의 동양인 고혈압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최신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 고령의 동양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평가한 STEP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을 130㎜Hg 미만으로 낮췄을 때 140㎜Hg 미만으로 유지한 군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지침에는 고혈압이 없더라도 최소 2년마다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는 권고사항도 담겼다. 현재는 고혈압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혈압이 다소 높거나 고혈압, 심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고혈압 위험이 높으므로 조기 진단을 위해 매년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게는 아스피린이 출혈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해 처방 시 주의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한 이득이 분명한 심뇌혈관질환, 죽상동맥경화증 등을 앓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주로 사용하고, 이러한 질환의 위험도가 낮은 고령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종 지침 세부사항은 13일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혈압 조절목표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향후 진료현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토대로 발간한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추정 유병자는 1207만 명이다. 유병률은 20세 이상 전체 성인의 28%를 차지하지만, 인지율은 7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의 치료율은 66%, 조절률은 48%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혈압은 단일 약제로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 환자가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1가지 이상 복용하는 병용처방을 받는다. 여러 질환을 동반한 환자들도 많아 알약 하나에 2가지 이상의 고혈압 치료제나 당뇨병·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성분을 함께 담은 복합제 처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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