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논의를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북한 대신 미국을 비판했다. 중러는 미국이 북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위기가 고조됐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미일이 대북제재 강화를 요구하기 위해 안보리 소집을 요청했지만 성과를 내기 힘든 셈이다.

안보리는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경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이사국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을 규탄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강화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양국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고조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가 소집됐지만 '오커스'(AUKUS, 미국·호주·영국 3개국 안보동맹)를 비난하기도 했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이 호주에 핵 잠수함을 지원키로 한 것을 겨냥. "일부 국가들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핵잠수함으로 확산 저지에 역행하고 있다"며 "중국의 글로벌 안보 원칙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지침"이라고 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안보리가 과거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에 눈을 감고 제재를 강화하기만 했다"며 "더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 주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최근 4년간 중러가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강화를 막아왔다고 언급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이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는 직접 이해당사국인 한국과 일본도 참석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 비확산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조 대사는 "안보리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해 강화된 조치를 포함한 새로운 결의안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본 이사회와 국제사회는 다수의 합의된 결의안에 따라 취해질 단호하고 단결된 조치 등으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용인할 수 없고 핵실험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