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성과급 나오겠네"…리오프닝에 패션 1분기 웃었다

거리두기 해제 효과 반영 전인데도
삼성물산·한섬·신세계인터 '최대 실적'
수입 패션 끌고 향수·화장품 밀고
원부자재값 올라 가격 인상 이어질듯

럭키슈에뜨 모델 배우 한소희. /사진 제공=코오롱FnC

국내 패션 업체들이 올 1분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특수를 누렸다. 재택 근무가 종료되고 출근이 잦아지면서 옷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고가의 수입 브랜드뿐 아니라 중저가 패션까지 판매량이 일제히 늘었다. 특히 올 2분기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패션의 올 1분기 매출은 47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 늘어난 4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의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에만 절반 가량을 벌어 들인 것이다. 메종키츠네·아미·톰브라운 등 수입 패션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제조·유통 일괄(SPA) 에잇세컨즈 매출도 30% 증가하며 힘을 보탰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인 빈폴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등 리오프닝 특수를 누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준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삼성 계열사는 매년 상·하반기 사업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 직원들이 올 상반기에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 /사진 제공=삼성물산 패션

줄줄이 최대실적…골프도 한 몫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020000)도 특수를 누렸다. 올 1분기 매출은 39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7% 늘어난 59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소비심리가 회복되며 오프라인(15.9%0과 온라인(24.9%)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 타임·마인 등 컨펨포러리 브랜드 판매량이 늘어난 가운데 랑방컬렉션·타미힐피거 등 수입 브랜드도 두 자릿수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한섬의 '노세일'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35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5.6% 급증한 331억 원이다. 자체 패션 스튜디오 톰보이의 영업이익이 725% 증가하는 등 사업 효율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뷰티 부문의 실적도 두드러진다. 딥디크 등 니치 향수 인기가 높아졌고, 스위스퍼펙션 매출이 130% 가량 증가하는 등 고급 스킨케어 시장점유율을 높인게 주효했다.


코오롱FnC는 골프웨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본격적인 골프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왁'과 '지포어' 등 골프웨어 브랜드들의 매출 호조가 이어진 것이다. 코오롱몰 등 자사몰 유입량도 많아지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이에 힘입어 코오롱FnC의 올 1분기 매출은 26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600% 늘어난 154억 원을 기록했다.



나이키 에어포스1. /사진 출처=나이키

면화값 비싸져…수익성 둔화 우려

패션 업계는 올 2분기부터 본격적인 '퀀텀 점프' 수준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달부터 전면 해제됨에 따라 각종 모임이 늘고, 출근이 재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늘어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산 면화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20일(0.81달러)보다 2배 가량 뛴 금액이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 3일(0.48달러)와 비교해서는 무려 3배 이상 올랐다. 옷을 만드는 실(원사)은 면화에서 뽑아낸다. 면화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옷 값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중 갈등으로 면화 수급이 불안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물류망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따른 여파다. 최근에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화학 섬유 원료까지 비싸지며 옷 값 상승 압박을 더하고 있다.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가격은 톤당 967달러로 1년 전(677달러)대비 42% 뛰었다. 이에 나이키는 '에어 포스1'의 글로벌 가격을 지난해 90달러에서 올해 100달러로 인상했다. 아디다스도 이달 2일부터 운동화와 의류 가격을 9~20% 가량 올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