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크립토] 일상생활을 하는데 돈이 벌린다? 'X2E'의 역사 - ②


휴먼프로토콜 - ‘구글의 캡챠 수익을 빼앗아 여러분께 드립니다’

캡챠(CAPTCHA)는 웹사이트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봇에 의한 것인지 사람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하는 테스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사람이라면 아마 사이트 가입 등을 할 때 한 번 정도는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구글의 리캡챠(reCAPTCHA)가 이 시장의 ¾ 이상을 석권하고 있다.


리캡챠의 초기 버전인 리캡챠 V1은 2007년 카네기 멜런 대학교 연구팀이 제작했다. 이들은 캡챠에 2가지 텍스트 짝을 넣었다. 하나는 봇을 거르기 위한 문자, 다른 하나는 고서에서 잉크가 바래거나 종이가 노랗게 변해서 컴퓨터가 광학 센서로 읽지 못하는 문자를 넣는 식이었다.



리캡챠 V1 / 출처=EBS 지식채널e

구글은 이 리캡챠 V1을 개량해서 리캡챠 V2를 개발했다. 가장 큰 목적은 봇 검증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당시 신사업이었던 자율주행차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당하는 데 활용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사용되는 AI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 레이블링 절차가 필요한데, 리캡챠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휴먼프로토콜 작업 흐름 / 출처=휴먼프로토콜 코리아 텔레그램

휴먼프로토콜은 캡챠처럼 AI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 시스템에서 나오는 수익을 사용자와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에이치캡챠(hCaptcha)라는 캡챠 시스템을 활용하여 AI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 작업 요청자에게 작업을 의뢰 받아 참여자에게 토큰으로 보상한다.


클라우드 플레어(CloudFlare), 라이엇 게임즈(Riotgames), 디스코드(Discord) 등의 기업들이 에이치캡챠를 채택했으며 2021년 기준 약 15%의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는 캡챠 같은 미세 노동에 대한 분배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먼프로토콜처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의 숫자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냥 걸으면 돈이 되는 무브-투-언(M2E)의 원리?

앞서 1부에서 언급했듯, 리워드 앱의 초기 수익 모델은 크게 2가지였다. 사용자의 광고 시청을 강제하고 수익을 내는 ‘캐시슬라이드’와 돈버는 만보기를 표방하는 캐시워크가 그 대표적 예시다.


이 중 돈 버는 만보기를 표방하는 ‘캐시워크’ 모델에 블록체인을 접목하여 사용자 데이터의 보안성은 높이고 수익은 더욱 직접적으로 배분 가능한 모델을 추구한 지오디비(GeoDB)가 등장했다.


지오디비는 위에 언급했듯 사용자의 위치 데이터를 수익화하여 기여도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다. 지오캐시라는 모바일 앱을 설치하여 이동하기만 하면 차를 타고 이동하든 걸어서 돌아다니든 토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캐시워크에 블록체인 기술만 얹어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입장에서 특별히 매력도가 높은 모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만 서비스하는 캐시워크가 올해 초 1,500만 건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지만 지오캐시는 그 1/30 수준인 50만 건에 그친 상황이다.


스테픈(STEPN)은 이런 리워드앱 생태계에 NFT와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흥행 요소를 추가해 큰 호응을 얻었다. 스테픈의 수익 모델은 앞서 다룬 위치 기반 리워드 앱들과 동일하지만, 이들은 M2E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냈으며, 이것이 흥행의 스위치가 됐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닝을 인증하는 스테픈 유저들. 크립토 서비스 치고 실사용자가 많은 편이다. / 출처=인스타그램

마라톤 전문지 ‘러닝라이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러닝 인구는 약 90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굳이 러닝만이 아니라 출퇴근 길이나 식사를 할 때에도 걸어서 이동한다. 스테픈은 이 모든 ‘걷기’ 인구를 타겟으로 설정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여타 리워드앱과 다르게 스테픈은 그냥 걷기만 한다고 토큰을 주지 않는다. 스테픈 운동화 NFT를 구매해야만 걷기에 대한 보상이 지급된다. 이러한 장치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준다. 기존의 러닝 및 마라톤 커뮤니티 또한 자신의 달리기 기록과 동선을 공유하며 커뮤니티 결속력을 키웠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 M2E 커뮤니티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M2E 유저들이 소속감만 가지고 기본 100만 원이 넘는 고가에 스테픈 운동화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NFT 소지자는 4월 말 기준 하루 10분 걷기를 통해 약 7만 원을 벌 수 있으며, 다른 신발을 추가 발행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지기 때문에 부수적인 금전적 보상 또한 챙길 수 있다.


스테픈은 단순히 보상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기존 리워드 앱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 앞서 다룬 스팀잇의 커뮤니티에 대한 가치와 휴먼프로토콜의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융합하여 NFT에 부여하여 M2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스테픈의 글로벌 일일 사용자 수는 올 3월 기준 10만 명에서 4월 기준 약 4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스테픈 한국 공식 카페에도 1만 4,0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행동서 돈을 만들던 X2E, 이제는 사람을 모으는 것으로 돈을 만든다


다양한 X2E의 세계 / 출처=GWG DAO 트위터

스테픈의 M2E를 기점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갖가지 리워드 앱들이 크립토씬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수면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Sleep-to-Earn(S2E) 프로젝트 슬립퓨쳐(Sleepfuture),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자체 NFT인 Poppin에게 가상의 먹이를 주는 식으로 육성하는 Eat-to-Earn(E2E) 프로젝트 파핀(Poppin), 명상을 하는 유저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Meditation-to-Earn(M2E) 프로젝트 Proof of Meditation 등 새로운 프로젝트가 다수 등장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X2E들은 과거의 리워드 앱과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다. 이렇다 할 명확한 데이터 수익 모델이 없어도, 일단 커뮤니티의 형성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서적 애착을 가진 커뮤니티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수익이 생겨나는 구조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해당 토큰이나 코인을 사용하는 커뮤니티의 구축은 크립토 프로젝트의 근원적인 숙제기도 하다. 스테픈의 M2E 성공 사례를 통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X2E 프로젝트 역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더 다양한 X2E 프로젝트의 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기고자 소개: 블리츠 랩스(Blitz Labs)는 글로벌 블록체인 팀들의 한국 /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블록체인 어드바이저리 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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