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오버 아닌 오만'…이재환 대표의 ‘부러진 리더십’

원스토어 "상장 철회 없다" 이틀만에 IPO 중단
글로벌 증시·FI 고려 않은 발언에 'CEO 책임론'



원스토어가 기업공개(IPO) 일정을 전격 철회하면서 이재환 대표이사(CEO)의 리더십 역시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철회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해 놓고 이틀만에 상장 일정을 전면 중단해 CEO로서 ‘자격론’까지 재계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내외 증시는 물론 시장 상황이 극히 불확실한데도 이 대표가 신중한 모습은 커녕 과도한 자신감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재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11일 오후 늦게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9~10일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결과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3만 4300~4만 1700원) 내에서 공모가를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부진에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2만 5000원 혹은 2만 8000원으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재무적 투자자인 SK(034730)증권·키움인베스트먼트 등이 지난 2019년 11월 투자할 당시 주당 취득가가 2만 5185원을 고려할 때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낮추기는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글로벌 증시 침체에 FI 투자금 회수 문제까지 겹치면서 원스토어는 상장 일정을 전면 철회한 셈이다.


최근 증시 상황은 주요 상장 후보 기업들이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 대표가 오만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내 스스로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부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9일 IPO 기자 간담회에서 직전에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를 언급하며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지기 때문에 우리는 상장을 철회할 계획도 없고, 어려운 상황 역시 이미 공모가에 반영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이후 서울경제 기자와 만나 “희망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 1111억 원”이라고 말하며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인 4만 17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보도되자 시장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대표가 어찌 이렇게 경솔하고,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 여건조차 전혀 모를 수가 있느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한 IPO 전문가는 “CEO로서 기업 가치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갖을 수 있지만 공모에 나선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상식을 크게 벗어난 발언들이 나와 어이가 없었다”고 답답해했다.


이 대표와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태림페이퍼의 고재웅 대표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해 희망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정하지 못할 경우 (상장을) 철회하겠다”는 메시지를 일관성있게 내놓은 것과도 비교됐다.


이 대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향후 원스토의 상장 재추진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SK그룹과 원스토어의 모회사인 SK스퀘어(402340)가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뿐아니라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등 또 다른 자회사의 IPO도 추진하고 있어 이 대표의 무책임한 발언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초래할 가능성은 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잇따른 계열사 상장 철회로 SK그룹 위상에 적잖은 흠집이 생기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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