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추가경정예산을 공식화하면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때마다 나랏빚에 기댔던 것과 달리 현 정부에서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다만 53조 원을 넘는 대규모 추가 세수를 확보한 만큼 더 많은 재원을 국가부채를 줄이는 데 활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추경안을 보면 추경 사업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은 53조 3000억 원의 초과세수로 마련된다. 여기에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8조 1000억 원), 지출 구조조정(7조 원)을 통해 나머지 재원을 충당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안을 마련함에 따라 금리·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국가채무비율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추경 재원의 대부분을 초과세수로 충당하면서 내년 세수 공백 우려를 키웠다는 점이다. 세입 경정을 통해 내년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한 해 먼저 당겨와 쓴 것인데, 내년 예상하지 못한 예산 수요가 있을 경우 고스란히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 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이행에 연간 약 40조 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어 내년 재정 수요는 당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나랏빚이 빠르게 불어나는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내지 않은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내년에 쓸 돈을 앞당겨 쓰면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생색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규모 초과세수를 활용해 국채를 더 갚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초과세수 중 9조 원을 국채 상환에 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을 보다 강도 높게 해서 소상공인 손실을 보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그간 빠르게 늘어난 나랏빚 추이를 고려해서라도 초과세수는 국채 상환을 위해 더 써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추 경제부총리가 과거 초과세수 기반의 추경 편성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6월 기재부 정책 질의에서 “세수가 정부의 당초 전망보다 추가로 더 들어왔으면 빚을 조금 줄여 가야지, 그걸 있는 대로 다 긁어 쓰겠다는 게 거시 정책 차원에서도 맞지 않고 재정 운용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