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세례명 스테파노)은 아직도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종교인 가운데 한 명이다. 신간 ‘우리 곁에 왔던 성자’는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사제, 수도자, 전·현직 언론인 등 20명이 고인과 얽힌 에피소드나 생전 모습을 담은 책이다.
글쓴이들은 김 추기경을 사랑 그 자체이자 우리 곁에 왔다 간 시대의 성자라고 추모한다. 그는 종교의 벽을 넘어 온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 위로를 주었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공동선 추구를 위한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그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불의와 타협을 거부해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권 옹호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1970~1980년대 격동기를 헤쳐 나오면서 특정 진영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다. “가난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그래서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 주려고 했을 따름이다.” 또 김 추기경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최초의 추기경이었지만 평생 동안 가난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는 구겨진 바지를 입고 택시비가 없어 비서 신부에게 몇천원을 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