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올 가을 자체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기반의 ‘픽셀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기존의 픽셀 스마트폰에 이어 픽셀 워치, 무선 이어폰인 픽셀 버즈 프로를 내놓고 내년 중 픽셀 태블릿까지 출시하면서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해 애플, 삼성과 생태계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픽셀 폰, 픽셀 버즈, 픽셀 태블릿 전반에 걸쳐 많은 유용한 하드웨어 경험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가격대의 선택지를 제공해 진짜 ‘픽셀 패밀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처음 공개된 픽셀 워치는 동그란 본체에 날렵한 스트랩으로 캐주얼한 느낌을 풍겼다. 픽셀 워치 출시는 구글이 지난해 초 세계 최대 피트니스 웨어러블 업체 ‘핏빗’을 21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에 인수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행보다. 릭 오스터로 구글 디바이스 수석부사장은 “핏빗의 기술과 깊은 수준의 통합을 이뤘다”며 고도화된 수면, 심장 박동수, 운동량 추적 기능을 강조했다. 또 처음 출시되는 구글 지갑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피차이 CEO는 “지난해에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0억 대가 새롭게 추가됐다”며 픽셀워치 기반이 되는 스마트폰 생태계에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애플이 전체 점유율의 30.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10.2%), 화웨이(7.7%) 순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픽셀 워치가 같은 OS를 쓰는 삼성 갤럭시 워치를 상대로 점유율을 뺏어올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OS(운영체제) 분야에서는 삼성과의 시너지 확대에 속도를 낸다. 구글은 앞으로 갤럭시 워치에도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워치 4 시리즈부터 탑재될 예정이다. 이는 앞선 구글과 삼성의 웨어러블 OS 협력의 연장선상이다. 지난해 양사는 삼성 웨어러블 OS ‘타이젠’과 구글 웨어 OS를 통합한 바 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웨어 OS용에 맞춰 더 빠르고 자연스러운 음성 인식과 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선됐다”고 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뿐 아니라 웨어 OS에는 더 다양한 앱이 연결될 예정이다. 라인, 카카오톡, 스포티파이, 아디다스러닝 등이 웨어 OS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도 이날 뉴스룸을 통해 구글과의 웨어 OS 생태계가 웨어러블을 비롯해 스마트폰 등 기기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MX사업부 CX실장은 “웨어 OS는 안드로이드의 장점과 삼성의 웨어러블 전문성을 통합한 결과”라며 “웨어 OS를 선보이고 지난 1년 동안 활성화된 웨어 OS 기기 수가 세 배 넘게 급증하는 등 협업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구글은 자체 시스템온칩(SoC) ‘텐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 여름 출시하는 중저가 스마트폰 픽셀6a에 지난 해 출시된 픽셀6 시리즈에 탑재된 ‘텐서’를 똑같이 탑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3월 애플이 중가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출시하면서 지난 해 출시된 아이폰13에 탑재된 A15바이오닉 칩을 탑재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또 올 가을 출시되는 픽셀7·7프로에는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안드로이드13 체제에서 가동될 수 있는 다음 세대 텐서칩을 탑재한다는 설명이다. 또 내년 중 자체 SoC 텐서칩을 채택한 ‘픽셀 태블릿’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태블릿 제품 픽셀 슬레이트를 단종했지만 다시금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이다. 오스터로 부사장은 “프리미엄급 제품에 가까울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태블릿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글은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과 더불어 메타버스에 필수적인 증강현실(AR) 기술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했다. 이날 카메라를 갖다 대면 실물 위에 검색 결과가 추천되는 ‘장면 탐색’ 기능을 비롯해 지도상에서 특정 장소를 검색하면 주변 풍경이 함께 등장하는 ‘몰입형 뷰’ 등이 소개 됐다. 기조 연설 말미에는 10년 전 구글 I/O에서 처음 공개했던 구글 글래스가 다시 등장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AR글래스를 착용하면 번역된 언어가 눈 앞에서 자막처럼 나타나는 기능을 선보이며 새로운 구글 글래스 출시를 예고했다. 피차이 구글 CEO는 “앞으로 컴퓨팅 기술에 있어 모든 분야를 더욱 깊게 확장시켜줄 새로운 개척지는 AR”이라며 “AR 기술에 폭넓게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