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창비는 12일 동양화가 신선미 작가의 동화 그림책 ‘한밤중 개미 요정’(창비 펴냄)이 일본의 제69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번역작품상을 지난 5일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상을 수상하기는 윤석중의 동시에 이영경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 ‘넉 점 반’ 이후 19년 만이다.
신 작가는 “미술관 문턱이 어린이들에게는 너무 높다는 것을 깨닫고 어른들이 보는 것과 같은 공들인 그림을 감상할 권리를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용기를 내 출간했다”며 “그림책이 꾸준히 사랑 받고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인 번역가 사쿠마 유미코는 “만화풍 작품이 인기를 누리는 시대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그린 그림책이 귀하다”며 “이 책의 따스함은 독자의 상상력을 넓힌다. 글에는 등장하지 않는 고양이가 그림 곳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도 즐겁다”고 평가했다.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은 일본의 대표적인 아동문학상으로 ‘다음 세대를 이루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주자’라는 취재로 1954년에 제정됐다. 산케이 신문이 주최하며 매해 5월5일 어린이날 수상작을 발표한다. 직전 해 일본에서 초판 발행된 아동 도서 중 학습 참고서를 제외한 모든 책이 대상이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7개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는 총 4,405편의 출품작 가운데 8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번역작품상은 ‘한밤중 개미 요정’과 ‘I Talk Like a River’(국내 출간 제목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가 함께 받았다.
창비관계자는 “고미 타로, 아카바 수에키치 등 일본 아동문학과 그림책 계를 대표하는 작가 대부분이 산케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상”이라며 “한국 작가가 가장 한국적인 색채로 그린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우리 그림책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밤중 개미 요정’은 ‘개미 요정’ 시리즈로 화단에서 주목 받아 온 신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 전통과 현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세계를 그린 이 책은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제27회 ‘일본그림책상’ 최종 후보작에도 올라 있다. 수상작은 5월 중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