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붕괴냐, 호황 지속이냐…시험대 오른 글로벌 부동산 시장

작년 150개 도시 집값 11% 올라
올해도 매매가·임대료 상승행진
각국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 전망
"濠 시드니 20%까지 하락" 경고
주담대 비중 높은 북유럽도 타격
대출 규제 美는 파장 작을 수도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빠듯한 공급으로 연일 호황을 누려온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꺼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는 것이다. 특히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북유럽과 호주 등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크다. 다만 대출 규제와 임대 비율 등 각국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의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의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프랭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15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 평균 상승률이 11%로 2004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풀려 주택 수요는 늘어난 반면 공급망 대란으로 인한 주택 공급 위축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달 70%에 육박하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터키 이스탄불과 이즈미르의 집값이 각각 63.2%와 58.5%씩 치솟은 것을 비롯해 호주 호바트(33.7%)와 미국 피닉스(32.5%), 캐나다 핼리팩스(30.7%) 등의 주택 가격이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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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3월 미국의 기존 주택 매매 중위가격이 37만 5300만 달러(약 4억 6000만 원)를 기록해 통계를 집계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집값이 오르면서 임대 시장도 달아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싱가포르의 주택개발공사(HDB) 임대주택과 민간 임대아파트의 임대료가 지난달 각각 1.9%, 2.3% 올라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450만여 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주택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이 같은 호황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 보인다. 이자가 오르면 주택 보유자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 부동산 자산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일 블룸버그는 호주 중앙은행이 11년 반 만의 긴축 사이클로 진입함에 따라 7조 달러 규모의 호주 주택 시장이 약 30년 만에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AMP캐피털마켓의 다이애나 무지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드니와 멜버른 집값이 20%가량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이 ‘주택 구입의 적기’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응답자의 30%로 197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지난주 5.27%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요가 꺾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업체 페니매는 당초 11.2%로 내다봤던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 예상치를 지난달 10.8%로 하향하기도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낀 주택 보유자의 비중이 높은 스웨덴(43.3%), 노르웨이(49.8%), 덴마크(37.5%) 등 북유럽 국가의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119%에 달해 금리 인상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앤드루 보크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2024년까지 호주 집값이 10%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호주 경제의 1차 역풍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국가별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의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엄격한 대출 규제를 적용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포브스는 “현재의 규제 하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다”며 “공급 또한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주택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몇 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독일처럼 주택 임대가 보편화된 국가에서도 주택 소유주가 적어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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