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25억 졸겐스마, 희망 쏘아올렸다…약평위 통과

제약사 가격 협상·건정심 의결 남아
척수성근위축증의 유일한 치료제
미국·영국·일본 등에서는 급여 적용

제1형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주’. 사진 제공=한국노바티스

1회 투여 가격이 25억 원에 달하는 제1형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주’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개발사인 노바티스가 급여를 신청한 지 1년 만이다. 앞서 다른 초고가 약제인 ‘킴리아주’가 보험 급여 적용을 받았고 새 정부가 중증?희귀질환 신속등재 공약을 내세우며 희귀병에 대한 보장이 확대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제5차 약평위 심의 결과 한국노바티스의 졸겐스마주에 대해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다만 심의 결과에는 ‘요양급여 사전 승인, 환자 단위 성과 기반 위험분담 및 총액제한 적용’ 조건이 뒤따랐다.


졸겐스마주는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척수성근위축증의 진행을 1회 투여만으로 막을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유럽·브라질·이스라엘·대만 등 40여 개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다. 미국과 일본에서 졸겐스마주의 비급여 약가는 각각 210만 달러(약 25억 원), 일본에서는 1억 6700만 엔(약 18억 9700만 원)이다. 다만 미국·일본·영국에서는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한국노바티스가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고 같은 달 급여 등재를 신청했지만 1년 가까이 약평위 논의 대상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약평위 통과로 졸겐스마주는 보험 급여 적용까지 2단계만을 남겨두게 됐다. 향후 한국노바티스는 2개월 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 적용 가격을 협상해야 한다. 협상이 끝나고 1개월 내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약가가 고시된다. 모든 과정을 거치면 올 8월께는 등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간 지지부진하던 졸겐스마주의 보험 급여 등재에 속도가 나기 시작한 것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를 중심으로 급여 등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수천 명의 공감을 얻었다. 국회도 국정감사기간 유전자 치료제의 혁신적 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높은 약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신속등재 제도 도입과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을 약속한 점도 졸겐스마주의 급여 등재를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정부는 희귀암?중증질환 치료제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투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소아백혈병, 항암치료 신약,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신약 등 건강보험 비급여 사각지대를 신속하게 해소하겠다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가 희귀질환 치료제를 주목하면서 보험 평가기관에 빠른 등재를 촉구했고 새 정부도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 강화를 약속하면서 급여 평가에 속도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정신청 약제의 요양급여 적정성 심의결과. 표 제공=심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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