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인데 해고됐다"…칼바람 부는 트위터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인수 앞두고 높아지는 불확실성
NFT 등 장기 투자 좌초되고
신규 채용 중단에 임원들 해고도
칼 휘두르게 된 아그라왈 CEO

/케이본 베이크푸르 트위터 소비자 제품 총괄 트위터 계정 갈무리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더해 회사의 인수 합병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휘말린 트위터가 임원 감축 및 고용 동결에 나서고 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해 11월 취임 후 반년 만에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대신 비용 감축을 위해 칼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인수를 기다리는 동안 회사의 불안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을 중단하고 마케팅, 컨설팅, 출장 등 비용 감축에 나설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인재 채용을 중단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채용 통보를 받았던 인력들에게도 채용 계약을 취소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는 설명이다. 트위터가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던 대체 불가 토큰(NFT), 크리에이터 생태계 조성, 오디오 스페이스 프로젝트 투자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AP연합뉴스

취임 6개월 만에 저승사자된 아그라왈 CEO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팬데믹 초반이었던 2020년에는 이용자와 매출 부문에서 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며 “이제는 우리의 로드맵과 목표를 정교화하기 위해 우리 직원들과 채용, 그 외 각종 비용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용 감축은 기존 인력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트위터 내부를 뜨겁게 달군 건 케이본 베이크푸르 트위터 소비자 제품 총괄과 부르스 팔크 매출 총괄이 해고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아그라왈 CEO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4년, 5년간 회사의 주요 부문을 이끈 임원들이 해고됐다는 소식에 내부 직원들은 동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해고 방식 원하지 않아” 내부 동요


베이크푸르 트위터 소비자 제품 총괄은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그라왈 CEO는 팀이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전한 뒤 나에게 회사를 떠나달라고 했다”며 “이런 시기와 방식은 내가 트위터를 떠난다고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베이크푸르 총괄은 해고 통보 직전까지 육아 휴직 중이었다. 당분간 제이 설리번 제품 부사장이 두 사람의 직책까지 맡게 됐다는 설명이다.


트위터가 처한 비용 감축 상황은 인플레이션과 기술주 부진 등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인수를 앞두고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아직 머스크 CEO는 인수 대금 440억 달러를 마련하지 못했고 이 인수 건은 최소 몇달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인수 전까지는 트위터는 방향성이 있는 장기 투자를 하기에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취임 초반에 계획했던 공격적인 이용자 기반 확대와 유료 구독 서비스 성장에 주력하는 대신 트위터 내부에 칼을 휘두르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평가다. 게다가 머스크는 지난 10일에도 인수 거래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서 트위터 직원들을 또 한번 동요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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