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롱 인텔 아태 총괄 "인텔과 삼성전자는 '코페티션' 관계"

삼성·TSMC 등 파운드리 회사와는
협력과 경쟁 합친 '코페티션' 언급

스티브 롱 인텔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 사진제공=인텔

"인텔과 아시아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와의 관계는 '코페티션(co-opetition)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스티브 롱 인텔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지난 3일 서울 인텔코리아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최근 미국 대표 칩 업체 인텔은 한국·대만 등 아시아에 편중된 칩 생산 인프라 불균형을 이유로 들며 현지에 수십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미국 칩 설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사 칩을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도 재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정책의 선봉장을 자처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들과의 관계가 찜찜해질 수 있는 이슈가 될 수 있다. 세 회사는 끈끈한 파트너 관계다. 현재 인텔은 삼성전자 가전·PC에 들어가는 각종 CPU를 공급하고 있다. TSMC와는 인텔 최첨단 GPU와 CPU 외주 생산을 맡기고 있다.


인텔이 미국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늘려나갈 수록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 TSMC의 시장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이뤄왔던 아시아 회사들이 라이벌로 돌아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구체적인 파운드리 사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코피티션(Cooperation+competition)’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협력의 'Cooperation'과 경쟁을 의미하는 'competition'을 합친 얘기다.


그는 "오히려 파트너들과 다각화한 관계를 갖게 될 거라고 본다"며 "더 큰 차원에서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미국·유럽 외 아시아 생산 인프라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트남·말레이시아 생산 인프라 투자,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 타워 인수 등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롱 부사장은 인텔 내 한국, 일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인텔이 새롭게 만든 APJ 총괄 자리에 오른 뒤 지난 2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경제를 만났다.


그는 이번 출장 중 인텔 칩을 활용하는 한국의 다양한 고객사들을 만나 지원 방향을 논의했다고 했다.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 외에도 다양한 국내 IT 스타트업이 최첨단 기술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에서 생산 설비에 투자할 계획은 없지만,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고객사를 위해 기술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칩 솔루션과 고급 엔지니어 고용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연간 매출은 90조원 정도다. 2030년까지 매출 1000억달러(약 128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스티브 롱 부사장은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출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칩 수요, 세계의 칩 생산 기지 대만 등 반도체 분야에서 쟁쟁한 국가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태 지역에서 연평균 성장률을 타지역 대비 2배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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