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밀 생산량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기된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 농무부(USDA)는 2022~2023년 전 세계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446만 톤 줄어든 7억 7483만 톤에 그쳐 2018~201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밀 생산량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다. 전쟁으로 밀 수확 면적이 크게 감소한 탓에 우크라이나의 밀 수확량은 전년 대비 35% 이상 줄어든 215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도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모로코의 생산량이 2007~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되며 폭염을 겪는 인도에서도 생산량 급감이 우려됐다.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에서도 올해 강수량이 32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밀 작황이 최악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 서비스 업체인 스톤엑스의 매트 아머만 상품브로커는 “전 세계의 바람과 달리 현재 날씨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USDA의 발표에 이날 밀 선물 9월 인도분은 약 6% 상승한 부셸당 11.82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도 11억 8072만 톤으로, 12억 톤을 넘어섰던 2021~2022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USDA는 2021~2022년 2300만 톤에 달했던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량이 무려 1400만 톤이나 감소한 9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전쟁으로 운송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곡물 수출 능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식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은 12일부터 14일까지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식량 위기 대응을 논의한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 현재 2500만 톤의 곡물이 묶여 있다”며 “식량 위기를 이용해 지구촌을 분열시키는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목표”라고 비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G7은 러시아의 농산물 봉쇄를 풀기 위해 루마니아 또는 발트항 루트를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