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조아연(22·동부건설)과 복싱 얘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9년 신인왕 조아연은 지난 8일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4타 차로 우승했다. 첫날부터 끝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은 끝에 오랜 슬럼프를 깨고 무려 952일(2년 7개월)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조아연은 13일 경기 용인의 수원CC(파72)에서 시작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에서 2주 연속 우승이자 통산 4승째를 노린다. 우승 뒤 바로 다음 대회에서는 부진한 경우가 많은데 1라운드에 버디 2개와 보기 1개의 언더파 스코어로 나름 선방했다. 1언더파 71타로 8언더파 선두 송가은(22)과 7타 차다.
데뷔 시즌 2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오른 조아연은 드라이버 입스(불안 증세)로 고생했다. 골프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평소에 관심만 두던 복싱에 뛰어든 것은 지난 3월이었다. 조아연은 13일 “제가 운동하는 곳에 복싱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분이 있어서 배우게 됐다. 정말 재밌어서 푹 빠져있다”고 했다. 샌드백을 치는 것은 부상 우려도 있고 해서 자제한다. “코치님이 대주면 미트를 치는 훈련을 주로 한다”는 조아연은 “펀치 하나하나가 짜릿하다”며 배시시 웃었다.
고교 시절부터 조아연의 체력 훈련을 담당하는 손홍진 더배럴컴퍼니 원장은 “복싱은 골프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회전 운동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복싱을 배운 덕에 우승하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골프 퍼포먼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조아연에 대해 “밸런스와 몸 전체의 협응력이 남다른 선수다. 그래서 어떤 운동이든 쉽게 잘 배운다”며 “운동수행능력으로 보면 골프 선수 중 상위 10%”라고 설명했다.
82야드 샷 이글 등으로 6언더파를 친 이소미(23)는 체력이 남다르다. 지난 시즌 29개 대회 중 28개에 출전했고 올해는 미국 하와이 대회에 초청 출전한 뒤 곧바로 국내 대회 일정에 합류하는 강철 체력을 뽐냈다. 이소미는 “몸이 둔한 건지 피로를 잘 모른다. 대회에 나가는 게 마냥 좋다”며 “3월에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뒤 체중이 5㎏이나 빠졌지만 날렵해져서 스윙 스피드가 더 잘 나온다”고 했다. 시즌 첫 승, 통산 4승에 도전한다.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24)는 버디만 5개로 5언더파다. “짧은 퍼트를 하나 놓친 것 빼고는 다 좋았다”는 그는 “2개 대회 전부터 샷 감이 굉장히 좋아져서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고 했다. 무관중이던 지난 시즌 6승을 몰아쳤던 박민지는 “살짝 부담되던 갤러리 응원이 이제 익숙해졌다. ‘맞아, 골프 대회는 이런 거였지’ 싶다”고도 했다.